코로나로 하늘 길이 막혔을 때, 나는 오히려 좋았다. 고시 준비로 어차피 나가 놀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 외로 장수생이 되어버렸다.... 다시 하늘 길이 열릴 때쯤 2차 면접도 끝났다. 그래서 가족과 해외여행을 나가기로 했다. 오랜만의 여행이었다. 목적지는 베트남 나트랑! 엄마와 나는 베트남 음식을 좋아한다. 고수를 좋아하는 특이한 입맛을 가지고 있어서 제대로 된 쌀국수와 반미 샌드위치를 기대했다. 또, 과일도 좋아한다. 매일 망고를 먹기로 작정하고 갔다.
베트남 나트랑 여행 DAY1
고로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한 것은 점심으로 쌀국수를 먹은 것이었다. 역시 현지 쌀국수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과는 다르다. 만족스러웠다. 점심을 먹었으니 커피 한 잔 마시러 길을 걸었다. 베트남의 신호등은 거의 숨은 그림 찾기 수준으로 작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외국 길의 낯선 느낌이었다. 내가 여행의 이런 점을 좋아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나 보다. 커피는 '콩카페'라는 카페에서 마셨다. 한동안 한국에서 유명한 베트남 카페라고 오빠가 알려줬다. 잠시 세상과 떨어져 지내서 이런 카페가 유명했는지도 몰랐다.
(좌) 쌀국수 (우) 신호등
콩카페
잠시 휴식을 갖은 후 유명한 성당도 보고, 사원도 봤다. 하지만 성당과 사원에는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산책하 듯 빠르게 보고만 나왔다. 그리고 시장으로 갔다. 여행 첫날부터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였다. 예쁜 자석 하나 사고 싶어서 간 곳인데 시장 앞에 두리안 주스를 팔고 있었다. 꼭 먹어보고 싶은 과일이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두리안 주스라니! 이 정도는 시도해 봄직 했다. 바로 하나 사서 나눠먹었다. 그 맛은 쿰쿰한 잔디향 주스? 또는 단 맛 전혀 없는 구황 작물에 풀향이랄까? 처음 먹어 보는 맛에 리액션을 잃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먹고 있었다. 맛있지는 않은데 맛없지도 않은 맛. 어느새 다 먹었다.
두리안 주스
예정대로 기념품 자석을 하나 사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도 모두 다른 메뉴로 주문하고 나눠 먹었다. 분명 아쉽지 않게 많이 먹었는데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반미 샌드위치 하나 더 먹고 싶어졌다. 마침 길거리에서 팔고 있길래 하나 주문했다. 진정한 현지 반미 샌드위치였다. 사실 이 날 오전에도 간식으로 반미를 먹었었다. 이 때는 어떤 백화점에 있는 가게였다. 꽤나 대조되는 반미 샌드위치이다. 개인적으로 길거리 반미가 고수 맛이 강해서 더 맛있었다. 마지막으로 망고를 사서 숙소에서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백화점 안 반미 샌드위치
길거리 반미 샌드위치
과일가게 망고
베트남 나트랑 여행 DAY2
아침부터 수영을 하려고 호텔 수영장으로 갔다. 그런데 날씨가 추웠다. 물에 들어가면 익숙해지겠지 라는 마음으로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차마 머리를 담글 수는 없는 날씨였다. 몇 번 개수영을 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수영을 하지는 않았지만 잠깐이라도 수영을 해서 그런가 기분은 좋았다.
아침 수영
이 날은 사막에 가는 날이었다. 아침 수영을 마치고 사막으로 향했다. 장소에 먼저 도착했을 땐 사막이 아니라 염소가 있었다. 잠시 귀여운 염소에 정신이 팔렸었다. 그곳에서 사륜 자동차를 타고 사막으로 이동했다. 거의 사륜 자동차는 놀이기구 같았다. 보통은 여행객들로 붐비는 곳이라는데 우리는 운이 좋았다. 사막에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아마 날씨 때문이었을 것이다. 바람이 꽤나 강하게 불었었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따가웠다. 한참을 그 넓은 사막에서 우리끼리 웃고 떠들면서 놀았다. 모래사막에 걸음걸이가 지쳐갈 때쯤 다시 사륜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다. 해변가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포도 와이너리 구경을 하고 다시 호텔이 있는 시내로 돌아왔다.
아기 염소, 사막
(좌) 포도 (우) 논
호텔에서 옷과 몸 사이사이 들어온 모래를 씻어내고 다시 시내에 나왔다. 여행을 오면 이렇게 계속 돌아다니는 것 같다. 또 시내에 와서 커피 한 잔 마셨다. 그리고 전 날과 비슷하게 쌀국수와 반미 샌드위치, 망고를 먹었다. 전혀 질리지 않았다. 야시장을 구경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좌) 베트남 거리 (중) 커피 (우) 반 새오
저녁에 먹은 것들
베트남 나트랑 여행 DAY3
아침을 먹으러 호텔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는 쌀국수는 있어도 반미 샌드위치는 없다. 그래도 재료들은 다 있으니 직접 만들어 먹었다. 빵에 채소도 끼워 넣고 햄도 끼워 넣고 한 입 크게 베어 먹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나를 봤다. 입을 제일 크게 벌려 있을 때 눈이 마주쳐서 뻘쭘했는데 외국인이 나를 본 후 본인도 반미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묘하게 뿌듯했다.
호텔 조식
이후 전날 밤에 야시장을 열었던 해변가에서 산책을 했다. 여전히 바람은 강하게 불고 있었다. 적당히 산책을 하고 대형 마트에 갔다. 이 날은 리조트에 가는 날이었다. 리조트에는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없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구매해서 갔다.
산책 중 만난 바람 맞고 있는 강아지
리조트는 최고였다. 프라이빗 수영장까지 있었다. 점점 바람도 잦아들어가서 바로 수영장에 들어갔다. 물에 들어가는 건 좋아하고 헤엄도 칠 수 있는데 사실 수영은 할 줄 모른다. 정확히는 '음파음파'를 할 줄 모른다. 숨을 참고는 수영을 할 수 있다. 계속 엉터리 수영을 하면서 놀고 있었는데 이 날 새언니가 수영을 알려줬다. 그래도 여전히 음파음파는 쉽지 않았다. 원 없이 수영하고 저녁을 먹었다. 컵라면에 다 식은 반미 샌드위치, 과일이지만 최고였다. 수영하고 먹는 음식은 다 맛있다.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이후엔 다 같이 초성게임을 하면서 밤늦게까지 놀았다.
(좌) 리조트 웰컴 티 (우) 프라이빗 수영장
리조트에서 저녁식사
베트남 나트랑 여행 마지막 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 리조트 조식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그리고 리조트 안을 계속 산책하다가 공항으로 갔다. 3박 4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어서 좋았다. 낯선 여행지에서 하는 새로운 경험들은 좋아해서 여행을 좋아하는데, 그 기분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여행이었다. 망고 더 먹고 올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