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함께 다녀온 친구와 만나서 "오랜만에 여행 갈까?" 하며 약속을 잡게 되었다. 둘 다 일을 하고 있었던 터라 아무래도 동남아 쪽 휴양지로 갈 것 같았다. 그런데 번뜩 호주가 떠올랐다. "호주 어때?" "우리가 휴가를 5일 정도 낼 수 있을까?" "한 번 해보지 뭐" 그렇게 예상 밖의 여행지를 가게 되었다. 호주에 대한 정보는 소고기 정도밖에 몰랐던 우리는 하나씩 여행 정보를 찾는데, 그 대자연의 정도가 놀라워 점점 기대가 쌓여갔다. 다시금 첫 유럽 여행을 하던 때 같은 설렘이 느껴졌다. 호주 여행지는 멜버른과 시드니로 정했다. 여행 테마는 대자연과 동물이었기 때문에 하루마다 근교 투어 신청을 하고 남은 시간에 도시를 둘러보는 식의 여행을 계획했다. 가자!!
호주 멜버른 여행 DAY0
보통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을 타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른 항공보다 2배 정도 비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인천, 멜버른 아시아나항공 직항이 다른 항공 가격과 비슷하게 나왔다. 그래서 운이 좋게 아시아나를 타고 갈 수 있었다. 타고 가면서 왜 다른 항공보다 비싼지,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 항공을 타는지 알게 되었다. 음식 퀄리티도 좋고 간식도 끊임없이 나온다. 비행기 안에서 자다가 깨서 먹고 또 자고 먹고를 반복했다. 약 10시간 정도를 비행했다. 여행을 계획하기 전, 지도를 봤을 때는 호주가 이렇게 멀다고 생각 못했다. 영국보다 멀겠어? 하는 생각으로 9시간 이내로 비행할 줄 알았는데 훨씬 더 멀었다. 반나절을 꼬박 비행하고 저녁 10시가 넘어서 멜버른에 도착했다.
호주로 가는 비행기
호주의 밤도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았다. 숙소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편의점을 찾아 내일을 위해 아침에 먹을 시리얼과 요거트를 사고 빨리 잤다. 비행기에서 그렇게 잤는데도 불구하고 또 잠이 왔다.
호주 멜버른 여행 DAY1
오늘은 멜버른 근교 "그레이트 오션"에 간다. 해안가를 걷는 투어이다. 차로 약 3시간 정도를 타고 간다. 아무래도 여행지여서 사람들이 인산인해 했다. 사람들에 이끌려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올라왔다. 내 바로 앞의 사람이 비키면서 바다가 보이는 순간에 친구와 나 동시에 "이야아ㅏㅏ----" 하며 감탄했다.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올 정도의 풍경이었다. 색감이 어쩜 이리도 예쁠 수 있을까. 바닷물이 파란 바닷물 색이 아니라 채도 높은 하늘색이다. 그 이유가 남극의 빙하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극해의 강한 파도가 절벽에 부서지면서 절벽 지형을 깎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계속 지형이 바뀌고 바위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레이트 오션에 트레킹 코스가 몇 개 있는데 사실 같은 바다 풍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경이 아름다워서 지겨운 줄 모르고 계속 걷고 사진 찍고를 반복했다.
그레이트 오션 투어
이후 그레이트 오션 여행지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호주라는 나라도 역사가 깊진 않다고 생각해서 전통 음식이랄 게 있을까 했는데, 가이드 분이 알려주셔서 고민하지 않고 전통음식이라는 파이를 주문했다. 맛있기는 했으나 빵 부분은 꽤나 텁텁했다. 그리고 이후 투어마저 하고 끝나갈 때쯤 야생 코알라를 봤다. 나무 끝에 웬 솜뭉치처럼 매달려 있었다. 귀여워서 또 한참을 구경했다.
(좌)파이 (우)야생 코알라
투어를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고 멜버른 도시에 도착했다. 도착을 하니 저녁시간이 다 되어 또 저녁을 먹으러 시티 센터로 나섰다. 멜버른 도시는 수식어가 많다.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또는 커피의 도시, 미식의 도시. 이런 수식어는 들어본 적이 없다. 특히, 미식의 도시는 프랑스가 있는데? 아마도 그만큼 선택지가 많아서 붙여진 게 아닐까 싶어서 가능하면 다양하게 먹고 오기로 했다. 그래서 저녁 메뉴는 미리 골랐던 캥거루 고기를 먹기로 했다. 캥거루 고기는 어떤 맛일까? 호기심 반, 기대감 반. 호주에 먼저 다녀온 오빠는 생각보다 질겼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만족스러웠다. 많이 질기지도 않고 기름지지도 않고. 확실히 소고기나 돼지고기와는 다른 맛과 질감이었다. 식사를 하고 가게를 나와서 아주 조금 걸었는데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고민하지도 않고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후식까지 완벽했다.
(좌)캥거루 고기 (우)빅토리아 맥주
아이스크림
호주 멜버른 여행 DAY2
멜버른 두쨋날. 오늘을 필립 아일랜드에 가는 날이다. 이곳은 야생 펭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엄마 아빠 펭귄이 아기 펭귄을 위해 바다에서 사냥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펭귄을 보는 투어이다. 즉, 펭귄의 퇴근길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투어 집합 시간은 오후여서 오전에는 멜버른 시티 센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먼저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브런치를 먹는 내내 어제 봤던 그레이트 오션과 오늘 볼 펭귄 이야기를 계속했다. 브런치를 다 먹고 멜버른이 나름 커피의 도시라고 하니 유명한 카페를 찾아갔다. 카페 이름이 maker였는데 maker커피가 가장 유명한 곳이었다. 주문을 할 때 또 영어를 잘 못 들어서 어쩌다 우유를 oat우유로 바꿔서 주문했다. 근데 이 실수가 최고였다. 커피가 한층 더 맛있어졌다. 이 날 마셨을 때는 오트밀 우유 때문에 커피가 유독 더 맛있는 줄 모르고 다음 날에는 제대로 normal 우유로 주문했다. 친구랑 같이 "왜 어제가 더 맛있는 거 같지?" "오트밀 우유 때문인 거 같아..!" 이 날 이후로 오트밀 우유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좌)브런치 (우)커피
브런치를 먹고 카페를 갔음에도 시간이 남아서 계획하지 않은 미술관과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이 미술관에 피카소의 작품도 있다고 했다.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갤러리가 있다면 꼭 들려보는 타입이다. 미술관 안에는 입장하는 사람들도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 있었다. 주제는 "엄마"였다. 그래서 엄마가 만든 작품인 우리 얼굴을 서로 그렸다. 이후 도서관에 갔다. 이 빅토리아 도서관은 예쁜 도서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들어갔더니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정말 예뻤다. 이곳에서 공부하면 이곳에서 공부하는 내가 멋있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빅토리아 도서관
미술관
드디어 필립 아일랜드, 펭귄을 보러 갔다. 필립 아일랜드를 가는 길도 대자연이었다. 풀숲에 야생 왈라비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또 바다 풍경도 넓고 예뻐서 잠시 내려 사진을 찍었다. 이후 필립 아일랜드에 도착했고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기념품 가게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석양이 질 때쯤에 나와서 펭귄을 기다렸다. 퇴근을 하는 펭귄이라니, 말만 들어도 벌써 귀엽다. 완전히 어두워지고 한참을 기다렸다. 저 멀리서 펭귄 한 마리가 뒤뚱뒤뚱 올라왔다. 이 펭귄은 세상에서 제일 작은 펭귄인 "쇠 푸른 펭귄"이다. "꼬마펭귄, 요정 펭귄"이라고도 불린다. 자주 볼 수 있는 강아지, 고양이를 제외하고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펭귄이다. 멍청하게 생겼는데 매사에 열심히인 그 모습이 귀엽다. 이 날 본 펭귄도 뒤뚱뒤뚱 열심히 자기 집까지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힘들면 멈췄다가 누웠다가 다시 걷는다. 멈춰있을 때는 정지화면처럼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렇지 인생은 펭귄처럼 살아야지, 다시 한번 마음을 먹는다. 마지막 펭귄 모두 퇴근할 때까지 구경하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좌) 야생 왈라비 (우) 바다 풍경
필립 아일랜드에서 저녁식사, 펭귄 보기 전 석양
호주 멜버른 여행 DAY3
오늘은 시드니로 넘어가는 날이다. 멜버른 여행이 만족스러워서 아쉽다가도 시드니는 또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되었다.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기 전까지 멜버른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멜버른에 유명한 아몬드 크로와상 베이커리가 있다고 한다. 오픈런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나 맛있길래 일찍 갔는데도 줄이 길게 있었다. 줄을 서거나 오픈런을 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해외는 두 번 다시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그 싫은 일을 하게 된다. 빵을 받으면서 '맛없기만 해 봐라...' 생각했다. 다행히도 오픈런 한 보람이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너무 달지도 않고 소리도 맛있는 그런 크로와상. 그리고 공항으로 갔다. 멜버른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