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막여우 Feb 03. 2024

[06] 인터라켄에서 베네치아까지 여정

여행 다섯 번째 날

2023년 10월 03일 화요일


인터라켄에서 베네치아로 이동하는 날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난도가 있는 여정이다.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알프스 산맥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는 공항이 멀고, 렌터카는 운전이 힘든 난코스이고, 기차는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

우리가 선택한 최선은 인터라켄에서 슈비츠, 슈비츠에서 밀라노, 밀라노에서 베네치아 이렇게 기차를 두 번 갈아타는 방법이다.


여기에서도 슈비츠에서 밀라노로 이동이 가장 힘들다. 이동 중 국경 도시인 도모도솔라를 지나게 되는데, 이 트랜 이탈리아는 이탈리아 기차이지만 슈비츠에서 도모도솔라까지는 스위스 트래블패스를 이용하고, 도모도솔라에서부터는 이탈리아 기차 티켓을 따로 끊어야 한다. 즉, 같은 기차 내에서 두 가지 다른 티켓을 이용한다.



인터라켄에서 슈비츠로 이동은 거리도 가깝고 스위스 트레블패스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슈비츠에서 밀라노행 기차를 놓치게 되면 연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무려 4달 전에 예약한 기차표이다. 당일에 구입하는 기차표는 가격이 거의 두 배로 비싸며, 그마저도 매진이면 구할 수 없다.



스위스 슈비츠에서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초조한 마음에 삼십 분 일찍 인터라켄역을 출발하여 슈비츠 역에서 밀라노행 기차를 기다렸다.


우리가 가진 스위스 패스는 2등석인데, 이탈리아 구간은 1등석으로 예약했다. 등급을 맞추면 좀 더 편했겠지만, 스위스 기차 1등석은 업그레이드 비용이 비쌌고, 이탈리아 기차 2등석은 소매치기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2등석 칸을 입석으로 가다가 도모도솔라 역에서 1등석 칸 좌석으로 옮겨야 했다. 스위스 기차는 2등석이어도 쾌적했지만, 이탈리아 2등석 기차는 엄청난 인파로 아수라장이었다. 통로는 사람과 캐리어로 꽉 막혀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좌석을 예매한 사람도 본인의 좌석을 찾아갈 수 없었다. 90년대 무궁화 열차 타고 엠티 가던 억이 소환된다.


도모도솔라 역에서 우리가 예약한 1등석 칸으로 옮겨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곧 밀라노 중앙역에 도착했고, 웅장한 역 건물을 보니 이탈리아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베네치아행 기차로 갈아타기까지 한 시간 여유가 있어서 밀라노 역을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베네치아행 기차에 탑승하니 이제 좀 안심이 된다. 트랜 이탈리아에서 간식팩도 주었다.


베네치아 도착

드디어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아침 7시 출발해서 오후 2시 도착한 긴 여정이었다. 산타루치아역에 내리자마자 습한 공기와 함께 물 냄새가 났다. 여기가 베네치아구나.

이탈리아로 오기 전 소매치기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안전했다. 날씨도 너무 좋았다.


베네치아 숙소는 산타루치 2분 거리에 있는 에어비앤비였다.

숙소에서 잠시 쉰 다음 장을 보러 갔다. 에어비앤비에서 밥을 해 먹으려고 했는데 스위스에서는 흔하게 보이던 라면과 햇반이 없었다.

우리는 리소토용 쌀을 사서 냄비밥을 했다. 오랜만의 밥이라 삼겹살과 샐러드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쌈장이나 김치가 있었으면 완벽했을 텐데.


리알토 다리

저녁 식사 후 리알토 다리에서 석양을 봤다. 18년  베네치아는 지저분하고 악취가 나서 하루만 머물고 빨리 다른 도시로 떠났었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찾지 않는 동안 베네치아 물이 깨끗해졌다는 기사를 봤다. 물 색깔이 예전과 다르다. 악취도 나지 않았다. 다시 온 베네치아는 18세기 카날레토 풍경화처럼 아름다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05] 퐁듀와 뢰스티, 그리고 유람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