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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생기부는 초등부터 시작된다

by 사막여우

이 책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빛나는 생기부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안내한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명문대에 진학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다루며, 그 시작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왜 학생부 종합전형인가?

여기서 말하는 생기부는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서류이다. 우리가 선호하는 수도권의 명문대학들은 상당수의 학생을 학종으로 선발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 길모어 걸스 속 미국의 입시 제도를 보면, 명문 사립고, 고급 스포츠, 가문 등의 배경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입시는 그와는 많이 다르다. 외부 요인보다는 학교 내에서의 생활과 기록이 핵심이다.


그동안 학종은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여러 차례 개편되어 왔다. 현재는 외부 봉사, 논문 등의 교외 활동은 생기부에 포함되지 않으며, 교사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도 폐지되었다. 독서 활동 역시 공식적으로는 사라졌다.


이제 생기부에는 크게 세 가지 항목만 남았다.

자율활동: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 등 교내 활동의 특기사항

내신: 중간·기말고사, 수행평가 등 정량 평가

세부능력특기사항(세특): 교과 수업 시간에 보여준 태도와 활동 등을 교사가 기록한 항목


결국, 학교생활을 얼마나 성실하고 충실하게 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 것이다. 독서 활동란은 사라졌지만, 그 내용은 자율활동이나 세특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



현직 교사가 말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

특별한 비법이나 정보 없이도 대학 입시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목표를 놓지 않고 성실하게 공부한다면 그 과정은 생기부에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p 40)

입시를 위해 생기부를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생기부가 채워지다 보면 입시에 성공하는 것입니다. (p 43)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다양한 학습 안내서를 읽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현직 교사가 직접 쓴 책은 많지 않았다. 왜 그럴까? 아마도 사람들은 교사의 말은 진부하고 교과서적인 이야기, 누구나 아는 뻔한 내용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유명 강사의 말에는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해마다 입시제도가 바뀌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들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본'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것, 바로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사이자 초등학생 학부모인 나의 입장에서 늘 궁금했던 것이 있다. 바로, 현재 고등학교에서 빛나는 아이들은 초등 시절 어떤 생활을 했고, 어떤 학습 태도를 지녔을까?

대학 입시는 12년이라는 긴 학창 시절을 달려가는 마라톤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꾸준히 달리는 것이다.



출결상황, 생기부의 첫인상

읽으며 크게 공감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출결에 관한 내용이다. 생기부의 첫 페이지, 인적사항 바로 아래에 가장 먼저 나오는 항목이 ‘출결상황’이다.

개근을 한 학생은 입학사정관에게 학교 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학생이라는 인상을 줄 것입니다. 그래서 출결상황을 '생기부의 첫인상'이라고도 말합니다... 깨끗한 출결상황을 본 입학사정관은 생기부의 주인공이 성실한 학생이라는 첫인상을 가진 채로 생기부의 다른 항목들을 살펴보게 됩니다. (p 50)

나 역시 담임교사로서 새로운 학급을 맡게 되면, 학생의 기존 생기부를 먼저 살펴본다. 꼼꼼히 읽어보면 아이의 생활 모습이 그려지는데, 출결 특기사항에 '개근'이라고 적혀 있다면, 일단 성실한 아이겠구나 하는 신뢰가 생긴다. 이는 입학사정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학부모 세대와 달리 요즘은 조금만 아파도 결석하는 학생들이 많다. 물론 아이의 건강은 중요하지만, 초등 시절부터 출결을 가볍게 여기는 습관이 들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각, 조퇴, 결석이 점점 더 쉬워진다. 고학년, 중·고등학생이 되어 누적되는 결석은 교우 관계와 학업 성취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결국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많은 학생들이 출결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 경험은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무너졌을 때, 그것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초등학교 때부터 생기부에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기본적인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제목과 달리, 이 책은 결국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부모를 위한 육아서이다.

저자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초등학교 사서 교사까지, 총 네 명의 현직 교사들이며, 이들 모두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에는 교사로서의 시선과 부모로서의 마음이 함께 담겨 있어, 더욱 현실적이고 공감되는 조언들이 가득하다.


학습 및 체크리스트

좋은 평가 결과를 내는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리정돈을 잘하고, 시간 약속을 지키고, 교과서 및 학습 자료를 잘 챙기고, 수업을 집중하며 따라가고, 질문과 발표를 적극적으로 하는 등 모든 활동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입니다. (p 88)

이러한 특징은 초등학교에서만 통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도 마찬가지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내신 성적과 수행평가, 각 교과 시간의 보고서 작성과 발표 준비 등 챙겨야 할 일이 훨씬 많아진다. 따라서 늘 학사일정을 확인하고, 자신의 스케줄을 빠짐없이 관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 책에는 매 학년마다 활용할 수 있는 학습 및 생활 체크리스트가 수록되어 있어, 자녀가 해마다 잘 성장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학년 학습 및 생활 체크리스트


교사에게 생기부는...

교사는 학기 초부터 학생부 작성을 위한 자료를 차근차근 수집하기 시작한다. 풍성한 생기부를 만들기 위해 수업을 계획하고, 자율활동과 진로활동도 체계적으로 준비한다. 방학 동안에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생기부를 작성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각 교과 교사들은 서로의 생기부 기록을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내용을 작성하지만, 놀랍게도 하나의 학생에 대해 비슷한 키워드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보는 눈은 결국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교사의 기록 속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표현과 키워드들이 그 학생의 모습과 태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생기부의 핵심이 된다.


결국, 생기부는 단순히 스펙을 쌓는 도구가 아니라, 아이의 학교생활 전반을 충실하게 기록한 성장의 기록지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생활 습관과 성실한 태도, 그리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 자세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시기부터 어떤 마음가짐과 생활 습관을 길러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고등학교와 대학 입시로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과도한 선행학습과 사교육에 휘둘리지 않고 아이의 생활태도를 다잡는 것, 결국 기본을 지키는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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