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밋 전망대: 거울 속의 맨해튼, 하늘을 걷다

서밋(SUMMIT) 전망대

by 사막여우

UN 투어를 마친 뒤, UN 본부 내부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으며 서밋 전망대를 예약했다. 서밋은 UN 본부에서 멀지 않아 함께 동선상 함께 방문하기에 효율적이다. 다만 입장료가 꽤 비싸고 날씨가 흐리면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당일 날씨와 상황을 보고 예약하기로 결정했었다.

크라이슬러 빌딩과 서밋

UN을 나와 서밋 방향으로 걷다 보면 크라이슬러 빌딩을 지나게 된다. 한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뉴욕 최고층 빌딩’ 타이틀을 놓고 경쟁했던 곳이나, 이제는 1920년대 아르데코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더 유명하다. 특히 지붕의 화려한 장식이 인상적인데, 아쉽게도 이 건물에는 전망대가 없다.

크라이슬러 빌딩 정문


뉴욕의 전망대라고 하면 으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뉴욕에는 그보다 높은 빌딩이 많이 생겨났다. 비싼 땅값 탓에 좁은 면적에 위로만 한없이 솟은 '젓가락 빌딩'이 늘어나면서, 각각의 개성을 담은 전망대들도 함께 등장했다. 입장료도 예전보다 많이 올랐고 여행자로서 시간적 제약도 있으니, 이제는 본인의 취향에 맞는 전망대를 선택해서 가면 된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서밋 전망대(SUMMIT One Vanderbilt)을 선택했다. 남편이 특히 가고 싶어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예약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인근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에 들렀다.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 우아한 인테리어, 그리고 천장의 별자리 조명이 인상적인 보자르 양식의 건축물이다. 이곳은 BTS의 ‘ON’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서밋 원 밴더빌트(SUMMIT One Vanderbilt)

오후 2시 30분 예약 시간에 맞춰 서밋에 도착했다. 입장 시 신분 검사가 꽤 철저했는데, 9·11 테러 이후 보안이 한층 강화되었다고 한다. 보안 검색대 대기 줄이 길어 예상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서밋 원 밴더빌트는 2021년에 문을 연 비교적 새로운 뉴욕 전망대다. 단순히 고층에서 풍경을 보는 것을 넘어, 다양한 체험 요소와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거나 SNS용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전망대는 91층부터 93층까지 이어진다.


91층

1층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타면 91층까지 단숨에 올라간다. 문이 열리자마자 마주하는 첫 공간은 서밋의 시그니처 공간인 '반사의 방(Reflection Room)'이다. 사방이 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있고, 천장과 바닥, 기둥은 모두 거울로 되어 있어 마치 하늘 속에 떠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햇살이 강할 때는 눈이 부시기 때문에 선글라스가 필수다. 입장시 1층에서 무료로 대여할 수도 있다. 또한 바닥이 거울로 되어 있어 치마 착용은 지양하라는 복장 주의사항이 있다.

반사되는 공간의 특성 때문에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

주변에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어서 만나는 공간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의 방’이다. 이곳 역시 거울방인데, 내부가 수많은 은색 공으로 가득 차 있다. 거울과 공이 서로를 무한히 반사하며 이색적이고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91층의 또 다른 공간에는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쿠사마 야요이는 반복되는 물방울무늬로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이다. 이 전시 공간은 서밋의 분위기와 작가 특유의 스타일을 반영해, 빛과 반사가 어우러진 곡선 형태의 조형물로 구성되어 있다.


서밋 전망대는 위층으로 올라갈 수는 있지만, 한 번 올라가면 아래층으로 다시 내려갈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각 층에서 충분히 즐긴 후 위층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92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92층으로 올라가면, 이곳은 아래층과 이어지는 '반사의 방'으로 연결된다. 91층과 92층이 보이드 형태로 뚫려 있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또 다른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는 미디어 아트 체험도 있다. 1층 입장 시 촬영한 방문객의 얼굴 사진이 구름 형상으로 변해 화면 속 하늘을 떠다니는 몽환적인 연출을 보여낸다. 다만 여러 사람의 얼굴이 구름 형태로 나타났다 사라지기기를 반복해, 내 얼굴을 정확히 찾기는 어려웠다.

92층의 하이라이트는 건물 외부로 돌출된 유리 바닥 위에 서서 아찔한 셀카를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줄이 길어 직원의 통제하에 빠르게 촬영해야 하다 보니 만족스럽지는 사진을 건지기는 쉽지 않다.

이곳은 화장실 전망도 훌륭하다.



93층

마지막 93층은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 테라스로 나갈 수 있어, 직접 바람을 맞으며 뉴욕의 도시 전경을 느낄 수 있다. 한쪽에는 바(Bar) 형태의 라운지가 있어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쉴 수도 있다.

젓가락 같은 뉴욕의 빌딩들을 볼 수 있다.

93층에는 뮤지엄샵이 있는데, 뮤지엄샵도 전망이 좋아 쇼핑과 함께 도시 전경을 즐길 수 있다.


서밋은 단순한 전망대라기보다 빛, 거울, 공간을 활용한 거대한 예술적 체험 공간에 가까웠다. 층마다 감각적인 연출 덕분에 두세 시간 정도 신나게 즐길 수 있었다.



뉴욕공립도서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뉴욕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을 만날났다. 영화와 드라마 속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던 바로 그 장소이다. 투어를 신청하면 내부를 자세히 둘러볼 수 있지만, 우리는 시간 관계상 간단히 구경만 했다. 보자르 양식의 건축물답게 도서관은 웅장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keyword
이전 05화뉴욕 UN 본부 한국어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