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갑자기 신경성 방광염 환자가 되었다.

by 두움큼

얼마 전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다.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막상 변기에 앉으면 소변이 안 나왔다.

체감 상 한 1분, 길게는 2분을 기다린 뒤에야 볼 수 있었다.


괜찮아지겠거니 했는데 십여 일이 지나도 호전이 안 돼서 뭔가 문제가 있구나 직감하고 병원에 갔다.

역시나 나의 불편함을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소변검사는 해보나 마나 심리적인 요인으로 보인다며 '신경성 방광염'이라는 진단을 내리셨다.

(*신경성 방광염은 세균 감염이 아닌 스트레스, 심리적 긴장,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등으로 인해 발생)



"저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요?"

"모든 환자들이 와서 하는 말이에요. 지금까지 한 번도 안 그랬다고! 이런 적이 없었다고."

"아... 네..."

"앞으로 이런 적이 없었는데 여기가 이상하다, 저기가 이상하다 얘기 나올 나이예요!"


하... 하긴 이제는 잠을 설치면 바로 몸이 녹는 듯 힘이 없고, 조금만 잘못된 자세로 자면 다음날 뻣뻣한 근육에 담이 걸린다.

불과 얼마 전엔 이석증으로 고생고생했는데, 이번엔 뭐? 신경성 방광염이라니!


인정하긴 싫지만 마흔 살, 이제는 몸이 신호를 보내는 나이에 들어섰다.

몸이 허약체질이긴 했지만 감기몸살에 걸려도 하루 앓고 나면 거뜬히 일어났고, 어떤 질병으로 고생한 적도 없었는데 그야말로 세월이 야속하다.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앞으로 이런 적이 없었는데... 여기저기 아프다는 호소를 하게 되겠지...?


신경성 방광염 처방전엔 '수면진정제, 항불안제 약'과 '방광염 약' 두 개의 알약이 있었다.

한 달을 복용해야 한다는데 수면진정제, 항불안제라는 약을 처방받은 것은 나에게 조금은 충격이었다.

물론 의사 선생님은 이 약을 먹는다고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켜 주셨지만 괜스레 우울해지고 나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아... 내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그저 남이 울면 같이 울어주는 파워 F성향이긴 해도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감정기복도 심하지 않고

예민하고 민감하긴 해도 정신적,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게 모르게 많이 지치면서 스트레스에 취약한 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신경성 방광염... 이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더라면 내가 나의 심리 상태를 인지하지 못했을 거야!"

이렇게 된 김에 한 발자국 떨어져서 관찰자처럼 때론 방관자처럼 내 삶을 바라보고 숨 고르기를 해볼 차례라고.

이제 '마흔의 나'를 재정립해 볼 시간이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을 전환했다.


그래서 나에게 휴가를 보내주고 싶었다.

이 신호를 놓치지 말고 잠시 일상을 벗어나 내 마음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물밀듯 들었다.

어디로든지 여유롭고 편안한 여행을 꼭! 다녀오겠노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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