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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야 Nov 21. 2018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것을

아파도 참는 건 성격 때문

나는 아파도 병원에 잘 안 간다.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감기가 좀 심하게 걸렸어도 '그냥 앓다가 낫겠지' 하면서 버티는 편이다. 아플 때 아프다는 소리를 잘하지도 않는다. 병원에 안 가고, 아파도 혼자 참는 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내 걱정해 주는 것을 싫어하는, 나의 이기적인 성격 탓이다.


아주 오랜만에 병원에 가다

웬일로 오늘은 잘 안 가는 병원엘 제 발로 찾아갔다. 회사 일로 해외 출장을 앞두고, 혹시라도 객지에서 아파서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차라리 병원에 들려서 치료를 받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이 너무 아프고 열이 나서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았는데 의사가 목구멍을 들여다보더니 염증이 많이 부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 과로하지 않았냐고 말을 건넨다. 면역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면서 주사를 한방 맞고 가라고 한다. 그리고 먹어서는 안 될 음식과 주의해야 할 사항을 요목 조목 자상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친절하신 게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그 의사 선생님은 여느 환자를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를 진료하셨을 터인데, 괜히 그 말씀이 고맙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자

병원을 나왔다. 약국에 가서 약 처방도 받았다. 아파도 안 아픈 척, 병원도 안 가고 센 척하던 가면을 내려놓으니 그냥 환자일 뿐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아프다고 말했다. 어머니에게도 와이프에게도, 그리고 애들한테도. 많이 아파서 병원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말을 하고 나니, 이 불쌍한 환자에게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옷이라도 한 겹 더 입혀주고, 먹을 것도 좀 잘 챙겨 먹이고, 스트레스받지 않게 잘 관리해 줘야겠다는 마음이 우러난다. 진작에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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