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보이지 않아도 자라고 있다

지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도 쉬지 않고 있어요

by 예슬하다

오래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1년, 많게는 2년


작고 느리게 시작했던 아이들이 수업실 안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면 ‘어느덧’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쑥쑥 자라 있는 걸 느낀다.


그만두는 이유는 대부분 같다.


학교에 들어가야 해서, 또는 이사를 가야 해서.


아쉽지만 수긍할 수 있는 작별이다. 그런데 예고 없이 갑자기 그만두는 아이들도 있다.



처음엔 물건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고, 의자에 앉지 않으려는 아이들. 학습 준비가 서서히 갖춰지고, 눈맞춤이 조금씩 길어지고 조금만 더 하면 단어 하나쯤은 나올 수 있을 것 같던 아이들.


그런데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하신다.


정말 잘 늘고 있었다. 이건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도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조금만 더 해보자”고 조심스레 건네본다.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해본다.


하지만 이미 부모님의 얼굴엔 지친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결정은 기울어져 있고, 마음은 이미 떠나 있었다.








누군가는 ABA를 마법처럼 여긴다.


몇 주만 하면 말을 할 수 있고, 몇 번만 하면 행동이 바뀔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게 쉬웠다면 세상에 아직도 발달의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존재하진 않았을 것이다.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4주 만에 단어를 말하고 어떤 아이는 1년이 지나도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 차이는 교육의 질 때문이 아니라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달리기라면 보일 것이다. 출발선도, 기록도.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은 보이지 않는 달리기다. 지금도 달리고 있고, 아무도 모르게 발끝이 땅을 박차고 있다.


그래서 결국, 함께 버텨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아이의 속도는 보이지 않고, 방향도 알 수 없을 때 그럴수록 그 옆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부모님이란 존재라는 걸 우리는 잘 안다.


한 달을 다녔는데 아무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일 때

수업 시간에 매번 따라오기도 힘들고
기대했던 만큼 변화를 느끼지 못할 때


많은 분들이 조용히 등을 돌리신다.



그런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지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아이들은 늘고 있었다.
다만 그게 눈에 안 보였을 뿐이다.



나는 이 세상 모든 느린 아이들의 부모님께 말하고 싶다. 지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당연히 지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더 아이 곁에서 힘을 내달라고.



속도는 느릴 수 있어도 한 걸음 한 걸음, 아이는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록 말로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그 속에서는 작은 문장들이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 응원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 말은 꼭 전하고 싶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자라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요.

그러니 오늘만큼은 스스로를 토닥이며, 아주 작은 걸음도 믿어주세요.


KakaoTalk_20250610_151254743.jpg 교실에서 오늘도 조용히 마음을 다잡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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