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던 아이와 우리가 만든 방

관심을 원하는 마음, 행동으로 말하던 아이

by 예슬하다


그 아이는 그때 여섯 살이었다.

장난기가 많고, 웃을 때는 볼이 말랑하게 접히던 아이였다. 말수가 많진 않았지만, 눈빛은 반짝였고 장난은 늘 한 발 앞서 있었다.


그 아이가 ABA중재를 시작한 지 1년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인지가 오르기 시작하니 행동도 커졌고, 장난도 더 정교해졌다. 기분 좋은 변화인 줄 알았는데 그 변화 속에는 낯선 무게도 함께 있었다


지시를 따르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마치 처음 이곳에 왔던 날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잠깐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점점 강해지는 몸과 커지는 에너지는, 그 아이가 가진 ‘힘’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자주 꺼내게 했다.


그룹활동 시간엔 순식간에 책상 밑으로 들어가 숨어버리기도 했고 눈 깜짝할 새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그래서 한 번은 그 아이가 관심 가질 만한 상황을 만들어봤다. 그 아이를 빼고 나머지 아이들과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우와! 이거 진짜 재밌다!!”


그 아이가 궁금해할까 싶어서 일부러 더 신나게 외쳤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우리가 아무리 재밌는 척을 해도, 그 아이는 수업하고 있는 우리 쪽으로 갑자기 뛰어들어와 방해하곤 했다. 수업 자료를 건드리고, 친구들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일부러 그 아이를 쳐다보지 않았다. 어지럽히는 행동에도 반응하지 않았고, 목소리도 억지로 낮췄다. 관심을 원해서 나온 행동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관심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아이의 문제 행동에는 ‘관심’이라는 기능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관심을 차단하거나, 긍정적인 행동을 통해서만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계획했었다.



단호하게 말하기, 무시하기, 회유하기, 좋아하는 활동으로 대체하기…



다양한 전략을 적용했지만, 상황은 늘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특히 그날그날 기분이나 환경에 따라 행동 강도도 달라졌기에, ‘관심’ 기능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도 많았다.



단호하게 말하고, 관심을 줄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걸 활용해 회유도 해보았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전혀 통하지 않았다. 결국 감정이 상하면 앞에 있는 교사를 꼬집거나 할퀴는 일이 생겼다. 예전에는 힘이 약해서 ‘아야’ 하고 끝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힘은 꽤 아프게, 그리고 깊게 남았다.


피멍이 들고 흉터가 생겼다.

지금도 어딘가에 그 자국이 남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양육자분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선생님, 요즘 애가 너무 안 들어가려고 해서요. 그래서 옆 동 오피스텔에 하나 계약해서 놀이방 만들었어요”


너무 놀랐다.

그만큼 이 아이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부모님이 얼마나 진심으로 고민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아이는 그렇게 자기만의 1인 키즈카페를 갖게 되었다.


좋아하는 블록, 로봇, 그리고 에어바운스까지


그 안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머물고, 쉬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룹활동 시간마다 그 아이만의 놀이방을 만들어주었다. 비어 있던 작은 방 하나를 아이만을 위한 공간으로 바꿨다.


좋아하는 장난감들로 꽉꽉 채우고 그 속에서 교사와 1:1 수업을 이어갔다. 그 아이는 정말 즐거워했고, 우리도 그 모습을 보며 안도했다.





생각해 보면 이건 나에게 하나의 도전이었다.



이 방법이 안 되면 저 방법, 이 시도가 안 되면 또 다른 가능성



무엇보다, 이곳이 그 아이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랐다.

그 마음 하나로 다시, 또다시 방법을 찾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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