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 아이는 정말 급하게 우리 센터로 왔다.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이사를 온 것도 아니었고, 아빠는 여전히 원래 살던 곳에 있었다. 그 아이만 엄마와 함께 우리 센터로 올라온 상황이었다.
센터에 오기 전에 다른 곳에서 중재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엄마는 이미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아이는 놀이를 할 줄 몰랐다. 장난감을 줘도 그걸 가지고 놀지 못했다. 입으로 넣거나 바닥을 두드리며 놀이를 했을 뿐이었다.
그런 모습, 엄마도 처음엔 당황했을 것이다. 엄마는 계속 아이에게 말했을 거다.
"이건 놀이가 아니야, 이렇게 계속하면 안 돼."
그런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은, 뭔가 더 다르게,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부들부들 빗을 주었을 때, 그 아이는 머리를 빗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두고 빗의 모를 쓰다듬었다. 그게 그 아이의 놀이였다.
그 아이는 그 놀이에 몰입했다. 그건 그 아이만의 세상이었고, 그때만큼은 온전히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놀이가 그 아이에게 강력한 강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마음이 복잡했을 거다. 아이가 그렇게 바닥에서만 놀고,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거나 두드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마치 다른 아이들과는 너무 다른 것 같아 불안했을 것이다.
엄마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더 무거워졌을 거다.
'내 아이는 왜 저렇게 놀이를 하지 못할까? 다른 아이들은 쉽게 할 수 있는 걸…'
엄마는 아마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거 말고 다른 걸 사용할 순 없나요?"
엄마의 마음은,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 하고 계속 찾고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우리는 강화제로 음식, 과자를 사용하게 됐다.
사실, 아이에게 음식을 사용해도 그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이는 여전히 바닥을 두드리며, 그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고, 엄마는 그 시간조차 아이에게 주고 싶지 않아했다.
"우리 아이가 수업에 틈이 생기면 계속 두드리기를 해요. 과자 보여주면 바로 집중하는데, 그냥 과제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까요?"
엄마는 마치 아이가 조금이라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는 듯 말했다. 그 말 속에서,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피곤하고 불안했을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예민한 상태였고, 그동안 다른 센터에서 좋은 경험을 하지 못했기에 그 반응이 이해가 갔다. 내가 아이와 함께하는 동안, 그 아이의 행동이 다른 아이들과 많이 달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내 아이는 왜 이렇게 반응을 안 할까?'라는 마음은, 아마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고민일 것이다.
그 마음을 이해했기에, 나는 쉬는 시간 없이 계속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엄마는 그것에 잠시 한숨을 돌렸을 것이다.
나는 쉬는 시간에 아이가 계속 두드리거나, 놀이를 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쉬는 시간 없이 또 다른 활동을 하도록 유도했다. 장난감을 하나 선택하고, 그걸 가지고 뭔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조금씩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려 했다.
물론 아이는 그걸 싫어했을 것이다. 아이에게는 그게 놀이가 아닌 수업처럼 느껴졌을 테니까.
그럼에도 나는, 아이가 점차 그 방식을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엄마의 불안도, 아이의 반응도 조금씩 바뀌기를.
그러던 중, 아이는 갑자기 수업을 그만두었다.
그 순간, 마음이 많이 아팠다.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였기에, 그만두는 것이 아쉬웠다. 아이가 더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기다렸던 것 같다.
2~3개월 후, 그 아이와 엄마가 다시 우리 센터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엄마의 얼굴에 조금 더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뭔가 달라진 기분이었다. 아이도 이전보다 조금 더 반응을 보였다.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그 소리가 나는 사운드를 찾아 변별 훈련을 해보았다. 처음엔 반응이 미미했지만, 어느 순간, 아이가 갑자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을 부르면 아이가 나를 쳐다보기도 했다. 그런 작은 변화가 정말 큰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은 그 아이와 더 이상 함께하지 않지만, 그 아이가 여전히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기를 바란다.
또 다시 갑자기 그만두었을 때, 모두 아쉬워했지만, 아이가 그만큼 변화하고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언젠가 그 아이가 자신만의 놀이를 찾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며, 점점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를.
엄마와 함께 웃으며,
두 사람의 여정이 더 나은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