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5
83년간 가꾼 그의 비밀정원이 문을 닫았다. 그 긴 시간 안에서 어떤 모습이었을지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그동안 다녀간 이는 누구이며, 그 정원에서 어떤 일이 있었을지 상상해본다. 할아버지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정원이 넓은 사람 중 하나였다. 정원의 크기는 내뱉어 온 숨의 양과 비례했으니. 그의 정원은 문을 닫았지만, 아직 그는 그곳에 존재한다. 영원히 그리고 조용히. 그렇게 비로소 그만의 비밀정원으로 자리한다.
손 틈 새로 날카로운 바람이 느껴진다. 어떤 장갑을 사야 할까 고민했던 작년만 해도 그는 종종 깊숙한 비밀정원에서 나오곤 했다. 병원에서 오는 전화는 느낌이 다르다. 벨소리가 더 쨍하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까. 그런 전화를 받고 달려갔다.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난 표정으로 나를 맞아주셨다. 그 날은, 언젠간 돌아오지 않을 비밀정원에 대한 이야길 시작했다.
"누구나 자신만의 멋진 비밀정원을 꿈꾸지. 젊었을 땐 말야, 혼자만의 아지트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 그래서 그곳을 다듬고, 꾸며. 당연히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스런 것들도 있지. 나이가 먹을수록, 땅이 커지더라고."
내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어떤 걸 뒀는데?" 그는 잠시 멀리 시선을 두어 기억을 더듬었다. "글쎄다... 멋진 것들도 가지고 있었는데 말야. 그런 것들은 왠지 정원에 두고 싶지 않았어. 더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싶었지. 감추고 싶은 것들. 끔찍한 것들을 두었지. 비밀정원은 감출 필요가 없으니까. 뭐, 부러진 장난감부터... 작은 괴물도 살고 있었던 것 같구나." "그 정원에 놀러 간 친구는 없었어?" 몇몇 사람들이 그의 표정에 스쳐 지나갔다.
"있었지. 혼자서만 정원을 가꾸니까, 조금은 외로웠어. 그때 만나게 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가 선뜻 자신의 비밀정원에 초대를 하더구나. 그 친구의 비밀정원은 정말이지 아름답고... 어두웠어. 그런데 그의 정원을 보고 나니 어떤 기분이 들었는 줄 아니? 왠지 위로가 되는 거야. 나의 정원에도 놀러 오고 싶어 했어 그는. 외롭기도 했던 마음에 정원을 미처 정리하지도 못한 채 소개해줬단다. 그도 나처럼 정원 관리에 서투른 사람일 테니."
호기심 어린 눈은 또 다른 질문을 불렀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슬픈 눈으로 답했다. "키를 도둑맞았어. 비밀정원의 키. 마을에 끔찍한 괴물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비밀정원을 마구 파헤쳤단다. 더 이상 비밀정원이 아니었던 게지. 그렇게 뒤를 돌아 멀리멀리 도망쳤다. 새로 만든 비밀정원에는 아무도 들이지 않았어." 짧은 숨을 쉬곤 말을 이어갔다.
"아가, 너는 어떤 정원을 가꾸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