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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이야기

소설 6

by 윤수빈 Your Celine


서로의 거리를 지켜주세요

고슴도치 마을의 북적이는 거리에 붙어있는 표지판이다. 겉으로 뾰족한 모습의 가시가 의도치 않게 서로를 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의 가시가 날카로운 것은 아니었다. 이제 막 어른이 된 고슴도치는 여린 가시를 가지고 있었다. 가시를 잔뜩 힘을 주어 세워야만 겨우 누군가를 찌를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전에 다른 튼튼한 가시를 가진 고슴도치들에게 찔리고 말았다.


고슴도치의 여린 살에는 늘 상처가 가득했다. 그는 상처가 나지 않을 방법을 고민했다.

"두꺼운 가시가 필요해."

문밖으로 나섰다. 숲에 떨어져 있는 다른 고슴도치들의 가시를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다. 더 뾰족하고, 더 강해 보이는 가시들로 주웠다. 집으로 돌아와 하나씩. 하나씩. 가시를 몸에 박았다. 어딘가 삐뚤빼뚤한 모습이었지만, 고슴도치는 왠지 그 마을에서 아무도 자신을 상처 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당당해진 모습으로 거리를 나섰다. 많은 고슴도치들과 부딪혔다.

"아야!" "아프잖아!"

지나가는 고슴도치들이 이리저리 난 가시에 아파했다. 아픈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그들을 상처 낸 가시는 나의 것이 아니기에 부딪히는 순간 그의 살도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픈 티를 낼 수 없었다. 진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슴도치들이 점점 다가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혼자만의 공간에서 박힌 가시를 떼어내자, 가시 끝에 핏방울이 맺혀있었다.

누군가를 상처 낸 흔적이었다. 나를 보호하려 다른 고슴도치를 아프게 하는 건 강해지는 일이 아니었다.

다시 고민에 빠진 고슴도치에게 한 고슴도치가 찾아왔다.


"다가오지 마. 또 상처 입고 싶지 않아. 나는 너무 여린 가시야."

"괜찮아. 옆으로 와도 돼, 다치지 않을 거야."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따뜻하고 부드러운 온기가 느껴졌다. 오래 들여다보니 상처가 아문 흔적이 있었다.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다. 잘 아물도록 하고, 함부로 가시를 세워 찌르지 않는 게 강한 고슴도치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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