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울하신가요?
요즘 눈 뜨는 게 즐겁다. 그보다 생기가 넘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최근 인생을 더 신나게 달릴 수 있는 마법 같은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걸 하면서 내 안의 꿈틀대는 가능성, 그리고 체력이 무한하게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만약 인생이 재미가 없거나, 답답하거나, 막막하거나,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속는 셈 치고 최근 2주간의 경험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인생을 신나게 달리는 방법, 바로 달리기다.
잠깐, 뻔한 말이라고 넘어가기 전에 달리기를 안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야 한다. 나는 죽어도 뛰지 않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핫한 좀비물 '지우학'을 보면서, '와 나는 뛰다가 지쳐서 그냥 좀비 될 거 같은데..?'라는 상상을 자주 했다. 요즘 유산소 운동을 못한 채로 주로 집에서만 일정을 보내다 보니, 체력이 낮아지는 걸 몸소 느꼈다. '정말 이대론 안되겠다'싶어 무슨 운동을 할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모든 성공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달리기를 말했던 게 떠올랐다.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 중 하나이지만, 달리기를 싫어하는 걸 넘어 극도로 혐오하는 나에겐 가뿐히 넘겨듣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오죽하면, 대학시절 수업 시간에 늦어도 지각은 할지언정 죽어도 뛰지는 않았다. 오르막 길이긴 했지만, 그냥 뛰는 게 너무 싫었다. 생각해 보면 내 의지대로 뛰어본 적이 살면서 한 번도 없었다. 유일하게 뛰었던 순간은 체육시간, 그리고 지각했을 때. 안 좋은 기억과 겹쳐지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만들어진 듯하다.
아직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다. 중고등학교 체육시간에 1년에 2번 '셔틀런'이라는 오래달리기 테스트가 있었다. 90년대 생이라면 무조건 알 테지만? 왕복 달리기를 10번씩 반복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10초, 9초, 8초... 이렇게 줄어드는 테스트다. 끔찍하게 싫어하면서도 나는 늘 반에서 여자 1,2등을 차지했다. 편도로 뛰는 게 1점이었는데 여자 평균 약 30점, 남자 평균 약 60점이었다. 나는 65-70점을 받았다. 그게 오기인지 체력인지 모르겠지만 목에서 늘 피 맛이 났던 기억이. 아무튼 스스로도 내가 오래 달리는 게 신기했다. 늦어서 뛸 때는 30초도 못 뛰겠던데...
이런 기억에 약간의 자신감을 갖고, 올해는 러닝을 해보기로 했다. 나에게는 나름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일이었다. 2월 초는 꽤 추운 날씨였기에 약간 망설이게 됐다. 그런 와중에 러닝 챌린지를 보게 되었다. '당장 뛰라는 계시인가 보다~'라는 생각으로 바로 신청했다. 이 밖에도 러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사례들이 있었다.
1. 늘 긍정적인 친한 언니가 있다. 최근 고민이 많은 일이 있어 언니에게 전화해 물었다. "이럴 때 어떻게 이겨내?"라고 묻자 가벼운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한강뛰제. 뛰다가 마이 울었다! 그럼 괜찮아져."
2. 나는 여자 셋이 나오는 드라마가 재밌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 '서른,아홉'을 즐겨보는데, 시한부 판정을 받은 친구의 소식을 듣고 한없이 힘들어하는 여주인공에게 남자는 운동화가 있냐고 물어보더니 같이 뛰기 시작했다. 뛰는 게 뭐길래!
집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는 산책하기 좋은 천이 있다. 뛰기에 딱 좋은 공간이었다. 이런 곳이 있다는 게 감사했다. 찾아보면 누구나 집 주변에 운동하기 좋은 장소 하나쯤은 있다. 없는 건 핑계일 뿐이다. 첫날에는 가볍게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한발 한발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 기분이 이상해졌다.
답답했던 부정적인 기운이 뛸 때마다 몸 밖으로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주변은 뿌옇게 보이고, 정면만 보였다. 달릴수록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 차올랐다. 나중에는 진정한 행복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처음이니 매일 2km를 목표로 잡았다. 신기하게도, 2km를 완주했다는 알림을 받았을 때, 시간은 5분이 아닌 20분이 지나있었다.
러닝을 할 때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말 그대로 리프레싱을 해준다. 기분 좋은 에너지를 자동으로 충전하게 되었다. 2주 차에는 마음속으로 자기암시를 하며 뛰었다. 그러자 당장 뭘 해도 될 것 같은 긍정적인 확신이 생겼다. 헬스장을 등록해 러닝머신을 뛸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바깥으로 나온 건 정말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과 사람들 귀여운 강아지, 하늘 이런 것들이 다르게 보였다. 그저 감사했다. 또한 자기암시를 하며 달리다보면 가만히 앉아서는 떠오르지 않았을 아이디어들이 퐁퐁 떠올랐다. 뇌의 활성화가 즉각적으로 일어났다.
반복되는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눈에 당장 보이는 성과가 없기 때문에 문득 '이게 맞나...'라는 자조적인 생각이 슉 하고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기를 하면서 내가 뛰는 만큼 금세 앞으로 나아가는 게 스스로가 앞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갑자기 우울감이 느껴지면 바로 뛰러 나갔다. 효과는 정말 좋았다.
2주간 30km를 뛰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복을 챙겨 입고 문을 나서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문만 나서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천까지 멀리 나가기 힘든 경우에는 집 근처의 공간을 이용했다. 자주 뛰다 보니 점점 그곳에서 뛰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무엇보다 처음에는 오래 달리는 게 힘들어서 중간중간 걸었는데, 2주가 지나니 달리는 시간이 확연히 길어지게 되었다.
지금도 뛰러 나가는 것 자체가 가장 어렵다. 하지만 꾸준히 러닝을 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독서나 가벼운 산책으로 리프레싱을 했는데, 독서는 내 감정과 다른 이야기를 읽다가 더러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경우도 있었고, 산책은 생각이 정리가 되긴 해도 에너지가 샘솟지는 않았다. 러닝처럼 빠르게 행복하고 에너지를 채워주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극도로 싫어하는 마음을 이겨내고 뛰었다는 것에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다. 왜 러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마라톤을 추천했는지 이제 알겠다.
앞으로 꾸준히 러닝을 해서 마라톤에 나갈 예정이다. 혹 에너지가 넘치기보단 그럭저럭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큰맘 먹고 달려보는 걸 추천한다. 나처럼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추천한다. 처음 뛰는 그 순간이 최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