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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13. 2024

일어나고 싶지 않아요

2024년 11월 12일-고통의 미학

Alles Leben ist Leiden. -Arthur Schopenhauer
모든 삶은 고통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아침이 왔다. 어젯밤은 감기 기운에 허덕이다 잠이 들었다. 눈꺼풀은 천근만근. 그러나 살기 위해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 내가 직접 처리해야만 하는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어제도 분명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착각이었다는 사실에 한숨이 단전에서 흘러나온다.


세상이라는 공간에 태어난 순간, 산도를 따라 머리를 비집고 나오는 그 순간, 아니 이 세상에서 살아보겠다고 울음을 터뜨린 순간. 그 찰나에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지도 모른다. 그 아늑했던 천궁 속 보배가 억겁의 시간을 지내다 저 인간세상이 궁금해 들끓는 호기심을 느꼈을지도. 그래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해버렸을지도.


고통이란 인간의 특권 속 가장 마지막에 남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이었다. 수많은 재앙과 재악속에서도 끝까지 남아 그 속에서 온전히 존재하는 고독의 존재.


수많은 재앙과 처절한 싸움을 하다 지친 자들이 가라앉고 가라앉아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러다 마주한 저 밑바닥, 죽음. 그곳과 가까이 있는 자는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다 눈을 떠 마주한 희망 것은 희망이었다. 그것은 더없이 찬란했다. 그것은 욕심내던 것도 아니었으며, 부러워하던 것들도 아니었다. 단지 나로서 온전히 살고 싶다는 마음, 그렇게 살 수 없을 것이라 단정하고 지냈던 가면 속 처절한 외침이었다.


억겁의 시간 중 이 찰나의 시간을 통해 꼭 경험해야 했던 사실을 확인했기에, 오늘 하루를 또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고통을 느끼기에 또 희망을 발견할 수 있으니.


처리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본부장님께 조금은 칭얼대보기로 한다. 끝내 혼자서 다 해내지 못하면 누군가 함께 들어줄 것이다.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다. 죽진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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