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바다를 앞에 두고 가만히 바라본다. 숨을 쉬는 것조차 죄스러워 뜨거운 공기를 모두 빼내고 나서 한참을 가만히 있다 조심스레 찬 바람을 들이켠다. 모든 것들은 움직이지만 나만은 홀로 이 바다를 보고 있는 것만이 전부다.
가만히 수평선을 바라본다. 내 앞에 일렁이는 물결은 이다지도 거친데, 저 수평선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 가지런한 선을 바라보다 잠시 눈을 감아본다. 저 멀리 갈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이 알 수 없는 감각에서 멀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 걸음씩 바다로 걸음을 내디뎌본다. 반갑다는 듯 마중 나온 파도에 발가락 사이로 모래와 바닷물이 들어왔다 다시 나간다. 나도 외로웠다고,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모든 것은 괜찮았고, 또 괜찮을 것이라며 말해주는 듯한 세심한 인사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졌다 생각했던 마음에서 눈물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소리 내어 운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외로움의 바다에 안겨 밀려오는 파도 다독임에 더 크게 울음이 터졌다. 한참을 그렇게 울다 지쳐 눈을 닦고는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지는 해가 다시 뜨길 기다리는 바다는 고요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