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나던 날 그 밤, 그 방. 너는 내게 원망을 토해냈다. 나는 내가 언제까지 받아줘야 하냐고 말했고 너의 누 눈동자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도 사정이 있다고 말하지만 너에게도 사정이 있기에 이 말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최악으로 치닫는 공백이 만들어내는 회의감이 우리 사이를 휘감아 쳤다.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사랑하기에 그래서 남보다 더 오래 함께 있기에 그래서 더 버거웠을 뿐이었다. 감정을 다루기에 서툴렀고, 서로가 받은 것보다 받지 못한 것들에 더 관심을 두었을 뿐.
그 방을 벗어나며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서로의 아픔을 알기에 더는 잡을 수 없었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그렇게 망연히 떠나가야만 했을까?
우리가 성숙하기 위해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 성숙해진 후 만날 수만 있었다면 우리는 과연 행복했을까?
의미 없는 질문들에, 그리고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에 그저 쓴웃음만을 지어본다. 네가 떠나간 그날처럼 밖은 고요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