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최근 내게 물은 적이 있다. "사랑 많이 받고 자랐을 것 같아." 나는 답했다. "응, 맞아."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바라던 것들은 채워질 수 없었다. 아빠의 칭찬, 엄마의 보살핌, 가족 간의 단란한 시간 같은 어쩌면 가장 당연해 보이는 것들은 동화책의 한 구절일 뿐이었다.
이번에 글을 쓰기 시작하며 내 인생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아빠와 단란히 걷던 산책길, 주말마다 갔던 감나무밭, 엄마와 만든 (망했지만) 즐거웠던 버터쿠키 만들기, 아빠와 엄마를 마중 나가던 시간들, 나를 데려다 주기 위해 아침 저녁 할 것 없이 부모님이 운전해 주셨던 나날.
내게 존재하던 저 기억의 파편들이 내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나 정말 귀하게 컸구나.'
이전에 아팠던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 기억들 말로 드레싱 하고 치료를 하다 보니 많은 부분이 아물기 시작했다. 무의식이 툭툭 뱉어내던 아픔들이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엄마가 아주 오래전 해주셨던 이야기가 있었다. 한 소녀가 할머니의 유언으로 다행인 것들을 찾으며 인생을 살다 보니 어느새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
출근길, 어제 열심히 그림을 그리다 느낀 점을 적어보았다. 지금 준비하는 책의 에필로그로 쓰먼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다사다난했던 삼재의 끝에서 이젠 웃으며 이 글을 쓸 수 있음이 다행이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답할 것이다. "받은 것이 너무나 많았기에, 그래서 행복하기에, 나는 다시 태어나도 이 삶을 택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