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2시간전

병원 가는 길

2024년 11월 26일

병원을 가는 길에 올랐습니다. 자궁에 문제가 조금 있어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다소 멀리 있는 병원을 가야 합니다.


오늘은 건강에 대해 한번 얘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여성분들은 공감이 되시겠지만 아니신 분들은 뒤로 넘어가주셔도 감사합니다.  



여자는 늘 따뜻한 곳에 앉아야 한다는 말을 우습게 여기던 때가 있었다.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된다는 그 말에 뭔가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생물학 수업을 들으며 그 이유를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제는 그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


매직데이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몸이 좋지 않다는 신호이지만 신경 쓸 것이 하나 줄었다는 것 역시 내포하기에 그 편이 오히려 좋았다. 그러나 세포분열이 기하급수적으로 일어나고 또 허물어져 떨어져 나가기 위해 준비된 녀석들이 나가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던 그때는 귀찮고 무서워 병원도 제대로 가지 않았다.


내 몸에 대한 무책임함은 결국 나를 궁지로 내몰았다. 자궁내막증에서 암으로 넘어가기 직전일지도 모르는 상태. 결국 조직검사를 하기 위해 소파술을 했어야 했고 그로 인해 수면마취와 3일간의 염증반응을 감당해야 했다. 상태가 좋지 않은 세포에 자궁을 덜어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존을 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혼자 병원을 오가고 진료를 챙기는 게 버거웠던 나. 정신을 못 차리고 귀찮다는 핑계로 자궁 그냥 덜어내면 되지라는 말도 안 되는 패기로 1년간 내원하지 않았다. 1년 후 엄마의 손을 잡고 갔던 병원에서 얼마나 혼났는지 모른다.


0기 암으로 봐야 하는데, 어떻게 안 올 수 있냐며 호되고 혼이 나고 암환자로 등록이 되었다. 암은 아닌데 암인. 의사들 마저도 의견이 분분한 딱 그 상태였던 것이다. 하늘이 노래졌다. 내 몸을 소홀히 한 대가는 지독했다.


이 일은 내게 더 많은 관심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렇게나 살기에 내 몸은 아직도 보호가 필요한 아이와 같기에.

이전 09화 다행이다 놀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