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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과와 음료

by 윤슬yunseul

외가에 가면 복도 가장 끝에 피아노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손주 먹이신다고 사두신 과자와 음료, 과일들이 한가득 놓여있었다. 피아노를 치고 게임을 하며 놀고 있으면, 할머니께서 우유, 오렌지 주스를 시원하게 해서 가져오셨다.
나는 과자 더미 중 파란빛 봉투를 뜯었다. 그 속에 든 직육면체의 무언가, 종이로 감싸져 가만 두면 달콤한 향이 코를 자극해 온다. 참지 못하고 얇디얇은 종이를 뜯어 한 줄을 통째로 입안에 넣는다. 입안이 메말라 와 우유를 한껏 마셨다.
세월이 훌쩍 흘러, 한 박스를 턱 하니 살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의자에 앉아 과자와 우유를 마시던 그 작은 아이는 이제는 회사에 앉아 쓴 커피를 마시고, 가끔은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인다.
어린 시절 빛바랜 장면을 아스라이 펼쳐놓고 의자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당연하다는 듯 나를 재촉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쓰라린 마음을 다독이며 마시던 소주가 슬프게 느껴진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작은 방의 피아노 의자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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