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만 알고 나와 세상을 판단해서는 안되는 이유
N vs S
MBTI는 경향성의 문제이다. 내가 외향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고, 또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NS 역시 상상력 여부는 부가적인 영역이다. 내가 아주 어릴 때, 엄마와 수학문제를 풀 때면 블록 쌓기 문항에서 썰전이 일었다. 나는 이 블록들이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아 저 뒤에 뭐가 있겠구나! 그런데 엄마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들의 개수만 보이고 그 뒤는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엄마는 상상을 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내게는 그게 당연한데 저걸 저렇게까지 노력해야 하나 싶었다. 엄마의 눈에 나는 상상력이 좋은 아이였고, 나는 그녀를 보며 왜 저게 안 보이지? 하며 답답해했다. 내게 당연한 것이기에 남을 수용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했던 포인트였다.
F vs T
사실 이건 성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건강함의 문제에 가깝다. 불만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그 사람과의 약속에 의도치 않게 늦어버리거나, 그 사람과의 일에서만 트러블을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버리는 '수동공격'을 펼치게 된다. 실제로 그 친구는 나와의 만남이 생기면 자기도 모르게 늦잠을 자거나, 약속을 아예 까먹어버렸다. 나 역시 그 친구와 나를 동일시하는 것이 컸다. "너는 이래야지" "말을 해야지"라고 나를 대하듯 그 친구를 대했다. 그리고 실제로 일을 제대로 못할 만큼 힘이 빠진 순간에 차마 자르지 못하고 내 밑에 두며 케어를 했다. 잘리게 되었을 때 그 녀석이 받을 정신적 타격까지 내가 감수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전에 그 친구가 마치 나 같았다고 보는 게 맞겠지.
J vs P
계획과 즉흥의 차이라고 다들 알고 있는 이 J와 P 역시 피상적인 부분만 볼뿐이다. Judging와 Perceiving, 판단과 인지라는 말에서 나온 것을 우리가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판단을 끝내버리려 하는 것이 J, 매 순간순간을 인식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P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인식해서 대응하는 것이 어려운 것을 J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P가 계획이 틀어져도 스트레스받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때그때 맞는 판단을 즉각 해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성실하고 똑 부러진 J성향을 더 좋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P 성향이 짙은 친구들이 비교하며 굳이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우물쭈물하는 자기 결정력이 낮은 부분이 문제인 것이지, 오히려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진가를 보일 수 있다.
BIG5
빅파이브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정말 디테일한 항목들이 T지표로 나오게 된다. 내 성향이 남들에 비해 유별남에 대해서도 한 번쯤 인지할 수 있는 그런 성향검사지다. 나는 이 지표에서 신경성이 높고 개방성이 낮은 사람은 MBTI를 떠나 갈등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불안으로 인해 수용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상대에 대한 불신이나, 공격성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방어기제도 미성숙하게 쓸 수밖에 없는 성향이다.
그러니 오히려 내가 어떻게 하면 불안을 다스릴지,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것이 훨씬 옳다고 본다. 더 나은 내 삶과 또 우리 모두를 위해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