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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아기를 듣고 나는 울었을까?

by 윤슬yunseul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가면 아기는 혼자남아~


섬마을 아기와 엄마를 그린 이 노래를 들으며 단 한순간도 특별한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노래를 들려주자 아기들이 우는 그 영상 하나로 나는 생각이 많아지고야 말았다. 나도 아기 때는 저 노래를 들으며 울었을까? 생각해 보면 슬픈 노래가 맞다. 아기는 집을 혼자 볼 수밖에 없었고, 엄마는 그런 아이가 걱정이 되면서도 굴을 캐러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불안한 마음이 앞서자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가시는 어머니의 그 애달픈 심정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정말 묘사를 기가 막히게 한 노래다.


나는야 장녀에 오빠도 없는 맏이. 6살부터 집을 혼자 지키는 건 내 몫이었다. 나도 무서운데 그 큰집을 혼자 지켜야 했던 나. 이제 6살이니까 혼자 집 지킬 수 있지?라는 말에 그저 알겠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없었다. 혼자 집에서 무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회색빛 기억 속 나는 무섭지만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것 같다. 왜냐면 나는 6살이고 집을 혼자 봐야 하는 나이가 됐으니.(그러나 맏이는 그 이후로 혼자 집을 봐야 했고, 동생들이 7살이 되어도 동생의 여서일곱 살은 혼자 집을 못 보는 나이임을 알게 된 건 그 후 아주 얼마 되지 않은 때의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는 혼자서 집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어른은 나에게 무서운 것들을 극복하게 하는 존재라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이 노래가 그다지 감정적으로 와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도저히 감정이입할 요소가 없었을 테니.


이번에 다시 듣다 보니 어린 시절 혼자 집을 보던 6살 배기 나와 다시 마주했다. 많이 무섭고 서러웠나 보다. 그리고 이젠 '혼자 집 봐야 할 봐야 할 나이'가 되어도 내가 챙겨야 하는 동생들과 나는 늘 집에 있어야 했던 사실에 혼란스러웠나 보다. 그리고 그 모순에 화가 났겠지.


그러나 허겁지겁 약속한 시간에 아니 그 이전에 들어오시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 퇴근시간에 나 혼자 있다고 차 타고 날아오시던 아버지의 모습, 전화가 오셔서 뭐 하고 있냐며 물으시던 어머니의 모습도 함께 떠오른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그 시절을 버텨내고 있었다.


이 글을 쓰며 엄마에게 여쭤보니 나는 어릴때도 울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 모든 이야기에 힘이 빠지긴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엄마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뭉클해진다. 그 사랑이 뭐라고 이리도 마음을 저미게 하는지. 전화의 끝 오늘도 엄마에게 사랑한다 고백해본다.




새벽부터 일어나 특별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노래를 곱씹다 어쩌다 해본 제 어린 시절의 사색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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