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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위인은 태평성대엔 없는 것 같아

by 윤슬yunseul

오늘 아침 눈이 오는 것을 보며 순식간에 기분이 상했다. 출근길! 어떻게 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발했다. 곳곳에 검은 슬러시들이 한데 뭉쳐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비위가 상해왔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속수무책인 인간의 출근길이란. 헛웃음을 지으며 가만히 창밖을 바라본다. 뭐 이렇게 속수무책인 것이 어디 출근길뿐이겠는가. 최근 물가가 너무나 올라 식당가는 것도 손이 벌벌 떨리고, 나라가 휘청이고, 세계시장이 휘청이는 것이 참 요지경이다.


오늘 꿈에 우투리에 대한 책을 읽었던 어린 시절이 나왔다. 벼슬아치들의 폭정과 힘든 나날들을 보내던 백성들이 바랬던 것들이 한데 모였던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아기장수 우투리. 이런 시기일수록 영웅이 나타나 현세를 구했으면 좋겠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었나 보다.


초등학생, 공부는 안 했지만 위인전과 전래동화는 참 재미나게 읽었었다. 하루에 하나씩은 꼭 잡고 읽었고,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장영실이었다. 그리고 하루는 이순신을 읽다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영조 정조 때는 그분들만 위인인데, 나라에 난리가 나니까 위인이 우수수 떨어지네?" 나라에 난이 일어나고, 나라가 팔려나가는 시기에는 위인들이 수십 아니 민초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위인이 되었다.


아빠에게 쪼르르 달려가 느낀 점을 말했다. "아빠, 태평성대에는 위인들이 많이 없어. 위인은 태어나면서 위인이 아니라, 시대가 위인을 만드나 봐." 당신은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걸 굉장히 일찍 깨달았다며 내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셨다. "그러니 국민이 똑똑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나라도 국민에게 잘해야 하는 거고. 나라를 살리는 건 국민들이거든. 대통령도 결국 근본은 국민이니 말이야. 정말 좋은 분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구해주었으면 참 좋겠구나."


모든 위인들이 곳곳에서 나라를 받들고 있기에 아직도 우리나라는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저 구석에서 열심히 염화나트륨을 뿌리시고 계신 가게 아저씨, 출근길을 책임지시는 버스기사님, 그리고 내 자식 먹여 살리겠다고 출근길을 오르신 모든 어머님 아버님들 당신들이 위인입니다.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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