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좋아하는 남자가 맥주를 마시는 이유

by 파롤


“남자들은 부와 권력을 쥐려 하고, 여자들은 몸을 가꾸고 옷치장을 하는 등 ‘매력’을 갖추려 한다. 또한, 그들은 유쾌한 태도와 흥미 있는 대화술을 익히고, 유능하고 겸손하고 둥글둥글하게 처신하는 기술을 갖추려 한다.”
— 김태형, 『싸우는 심리학』


남자의 허세와 여자의 내숭은 결국 같은 것이라는 말을 다른 책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이 문장도 비슷하게 들렸다.


실제로 많은 남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고, 여자들은 외모와 태도로 응답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모습들이 꽤 답답하게 느껴졌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당신이 어디에 사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가 아니었다.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우리 사이에 어떤 공감대가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사랑의 기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사랑의 기술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스스로를 동그라미 안의 세모라고 생각한다. 나를 세모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내 안에 직선 같은 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수용하며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일과 사랑, 취미 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행복에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동그라미 같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세모에 조금씩 살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둥글게 처신하려는 노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의 모서리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난 세모일지라도, 방향은 동그라미를 향해 가고 있다. 많이 사랑받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덜 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는 작은 말에도 쉽게 베이니까. 서운하고, 또 서운하다.


소주를 좋아하는 남자가 맥주를 마시는 이유


여기, 소주를 좋아하는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함께 소주를 마시자며 맛집들을 찾아 보여준다. 소주를 마실 때 그녀는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속 공효진처럼 머리를 쓸어 넘기며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는 계속 소주를 마시자고 여자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맥주를 좋아한다. 도수가 높은 소주를 마시면 금방 취하고, 통제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늘 후회한다.


또 다른 남자는 역시 소주를 좋아하지만, 그녀와 있을 때는 항상 맥주를 마신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에 맞춰주고, 그녀가 힘들어하는 것은 조용히 내려놓는다.


여자는 묻는다. 왜 그렇게까지 맞춰주느냐고.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러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나는 이게 행복해.”


여자는 그의 마음이 고맙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취하지 않아도 미소가 나온다. 자신을 존중해 주는 사람 앞에서 더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수줍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이제는 자신도 맞춰주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내가 소주를 마시게 되는 건, 바로 이런 순간이다. 누군가에게 맞춰주고 싶어 지게 만드는 마음이 드는 것,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에리히 프롬이 정의한 것처럼, 사랑은 “사랑받는 자의 성장과 행복에 대한 능동적 갈망”이다. 나를 존중해 준 사람을 향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존중의 마음. 사람으로 사랑하라는 말이 비로소 이해된다.


나는 오늘도 내 안의 세모를 둥글게 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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