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희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내 정치에 끼지 않으려면 일에 집중하는 것이 정공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승훈 팀장은 그런 재희를 잘 이용했다. 일은 일대로 시키면서, 회사에서 미워하는 모든 직원들에 대한 욕을 쏟아냈다. 그렇게 감정을 배설하고는 정작 그들을 만나면, 스위트룸에 예약한 고객을 마주하는 호텔리어처럼 웃었다.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다.
승훈을 한심하게 여긴 재희가 외근 중에 차 안에서 말했다.
“제가 용하다는 점집에 가서 점을 봤어요. 도력이 엄청난 곳이라 새벽 5시부터 줄을 서요. 그 점쟁이가 저를 딱 보자마자 이렇게 말하시더라고요.”
“뭐라고?”
“너 사기당해 본 적 없지?! 사주에 사기당할 팔자라고 나와있는데 사기를 안 당해. 넌 사람 속마음을 꿰뚫어 보거든. 너한테 다가오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 읽혀. 그래서 안 당해.”
재희가 승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저 실제로 이전 회사 인사팀에서 사람 진짜 잘 본다고 인정했었거든요. 남들은 3개월 걸려서 보는 걸 저는 일주일 만에 알아본다고요. 그 후에 점 보러 갔는데 그 말 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승훈은 움찔하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속마음 꿰뚫어 보려고 하지 마! 난 반은 인간이고 반은 성령이야. 내 반은 읽을 수 있어도 반은 절대로 못 읽어! 난 성령이야! 할렐루야!”
재희는 웃으며 생각에 잠겼다.
‘승훈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정말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그가 성령 같은 사람이길 간절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