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훈은 재희를 탐탁지 않아 했지만, 재희는 승훈을 아주 많이 싫어하지는 않았다. 하는 짓이 얄밉기는 해도, 어딘가 모르게 모자란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재희가 승훈에게 일에 관해 계속 질문을 하자, 승훈이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재희에게 소리쳤다.
“나 지금 화장실 갈 거예요! 대체 어디까지 따라올 거예요?!!”
너무 크게 화를 내서 사무실 직원들이 다 쳐다봤을 때, 재희가 승훈의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이어리를 들고 계셔서.. 화장실을 가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직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체하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당황하여 직원들을 둘러보던 승훈이 “하하하하!” 큰소리로 과장되게 웃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방긋 미소 지으며 재희를 바라보는 승훈.
“재희대리, 무슨 얘기하려고 했죠?”
재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업무 얘기를 이어갔다. 다른 사람들이 두 사람을 보며 음소거 웃음을 짓고 있었다.
또 다른 날에는 승훈이 일을 하다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발음으로 깜찍하게 비명을 질렀다.
“오! 지저스!!!”
야근을 하던 재희는 일을 하다 깜짝 놀라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상하게도 승훈과 있으면 이런 일들이 자주 벌어졌다. 하루는 지방 출장을 갔던 날이었다. 관계자가 승훈과 재희를 보면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네요. 얼굴이 많이 상했어요.”
그러자 승훈이 재희를 보며 말했다.
“저희가 원래.. 고생을 많이 한 얼굴이라서.. 하하하하. 여기서 고생해서 이런 얼굴이 된 게 아니에요!”
재희가 승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팀장님은 어제 팩도 하셨다면서..”
승훈이 더 크게 웃어버리는 바람에 재희의 말은 묻혀버렸다.
재희는 점점 이 사람이 미워지기보다 웃으면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평소 승훈은 늘 재희의 식성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재희가 먹는 것을 좋아해서 점심시간 외에도 자주 음식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몇 끼를 먹느냐며 타박을 하고, 점심회식 때 남은 탕수육이 있으면 아깝다고 재희한테 먹으라고 하고, 재희가 밥을 남기면 무슨 일이 있냐며 토끼 눈으로 바라봤다.
“내가 김밥이랑 샌드위치는 허락하지만, 치킨은 안돼!”
재희가 퇴근인사를 하자 느닷없이 승훈이 말했다. 실제로 재희가 치킨을 먹어서가 아니라 농담을 겸한 경고의 말투였다.
실제로 재희는 입사 이후 10킬로가 쪘다. 그게 안타까워서였을까. 아니면, 그냥 보기 싫었던 걸까. 다른 팀 상사인 재동 차장이 재희에게 “너 살쪘다~!”라고 하자, 승훈이 말했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실제로 그렇게 살찌지도 않았고!”
승훈이 괜히 모니터를 바라보며 투덜대듯 말했다. 재희는 잠깐 말없이, 승훈을 바라봤다.
미워해야 하는 사람인데,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