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한 명이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한다면, 회사는 그 천재를 버려야 할까요?”
면접 때 대표가 재희에게 건넨 질문이었다. 재희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 천재가 어떤 식으로 여러 사람을 힘들 게 한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다수가 하는 말이 꼭 정답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그가 정말 천재라면, 회사에서는 그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더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표는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진행된 승훈과의 면접에서 그가 재희에게 미리 답을 주었던 것이다.
“난 여러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은 조직에 해가 된다고 생각해요. 조직은 과감히 그런 사람을 잘라 내야 하는 거고요. 알겠죠?”
재희는 승훈이 해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표님이 말한 천재라는 것을 알았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얼마나 괴롭혔는지를 재희는 직전 회사에서 봐왔다.
‘대표님과 승훈이 말하는 천재가 어쩌면 그런 무리의 비난을 받는 외로운 사람은 아닐까?’
그 천재가 바로 규민이었다.
“보고서 내용이 지난달과 똑같은데요. 이렇게 보고를 드리셨어요? 이게 결재가 났나요?”
“괜찮아. 윗분들은 잘 모르는 내용이라 프리패스야. 그냥 복사 붙여 넣기 해.”
재희가 승훈에게 묻자, 그가 말했다. 그들이 대충 일하며 번 시간은, 대부분 규민 욕을 하는 데 쓰였다.
규민은 그 조직 안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었다. 재희가 퇴근을 하려고 보면 남아있는 사람은 항상 규민 혼자였다.
재희는 매달 같은 내용을 복사 붙여 넣기 해온 보고서를 도저히 그대로 따라 쓸 수 없었다. 야근을 해서라도 제대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녀는 편의점에서 무알콜 맥주 두 캔을 사 왔다.
사무실 문을 열자 규민이 재희와 그녀의 봉투를 쳐다보며 웃었다.
“맥주 사 왔어요? 냉장고에 내 것도 있으니까 마셔요.”
깜짝 놀란 재희가 냉장고 문을 열자 규민이 사 온 맥주 두 캔이 보였다.
늦은 밤, 맥주 두 캔과 무알콜 맥주 두 캔. 그리고 사무실에 남아 있는 두 사람. 규민과 재희는 말없이 각자의 모니터를 열심히 바라보며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