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식 살인의 쇠퇴, 2014
오웰의 에세이 21편이 실렸다. 그중 <고래 뱃속에서>, <스페인 내전을 돌아보며>, <사회주의자는 행복할 수 있을까>, <자유와 행복>, <어느 서평가의 고백> 등 다른 책에서 이미 본 글은 건너뛰었다. 나머지 16편은 개인적인 색깔이 짙은 산문이다.
책의 구성이 괜찮다. 무엇이든 그때의 상황과 배경을 알아야 공감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단편적인 내용만 전해진다. 이번 묶음집은 각 에세이의 첫 면에 두세 문장으로 부가 정보를 적어놨다. 예를 들어 어디에서 발행됐고, 어떻게 쓰였는지 설명한다. 그 친절함이 좋았다.
인상 깊은 글은 <위건 피어로 가는 길 일기>다.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의 토대가 된 기록이다. 오웰은 1936년 1월 31일부터 3월 25일까지의 활동을 타자기로 작성했다. 이동 시간과 장소, 숙소, 취재원과 취재 현장에 대해 꼼꼼하게 묘사했다.
일기에서 만난 취재 방식이 유익했다. 그는 언제나 직접 경험하고 정확히 적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다. 그 과정이 보인다. 크리펜즈 광산의 막장으로 내려갔고, 부두를 돌아보고, 주택을 둘러보고, 상세히 메모했다. 뭐든 눈으로 확인하고 당사자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마지막 꼭지인 역자 해설도 추천한다. 옮긴이는 조지 오웰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박경서 영남대 영문학과 교수다. 학자답게 오웰에 관한 내용을 정확히 적었다. 그의 작품이 대한민국에서 출간된 뒷이야기부터 작가와 작품세계까지 명료하게 소개한다. 오웰의 팬이라면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