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이 앞에 있을 때

by 시니

큰 산 하나가 앞에 있다

어떤 이에게는 앞동산일 수도 있다

어떤 이에게는 히말라야일 수도 있다

내게는 지리산 정도의 느낌이다

저 산을 한숨에 잘 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미리 더 낮은 산도 수시로 다녀보고

산행을 위한 복장과 준비물도 갖추고

산을 대하는 태도도 유연하게

일단 산을 따라 걷는 마음이 중요하다

오라고 손짓하는 산은 아니지만

가기로 마음먹은 산이기에

첫발부터 내딛는다

두발, 세발, 네발...

어느덧 한 고비를 넘긴다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

잠시 심호흡을 하며 산장에 들어가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다시 첫발, 두발, 세발, 네발, 다섯 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발목이 아프다

배낭에 준비해 간 찜질팩으로 발목을 어루만져준다

파스를 붙이고 다시 걷는다

두 고비를 넘는다

앞에는 수많은 고비가 펼쳐져 있다

그러나 걱정은 안 든다

준비를 했고

유사시 필요한 물품도 있고

무엇보다 든든한 동행인이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나를 끌어당겨주고

내 힘이 남아돌 때 손잡아 줄 수 있는 동행인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저 큰 산을 충분히 잘 넘을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든다

오늘 한 고비를 넘겼기 때문이다

다음 고비는 다음 주에 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

유연하게 대처하여

훗날

따뜻한 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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