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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Dec 07. 2024

춥다

춥다

겨울이어서 춥다

하늘이 맑아서 더 춥다

싸늘한 공기에 촘촘히 새어 나가는 외침이 춥다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 같아서 춥다

아무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을 것 같아서 춥다

할 수 없다

우리가 스스로 지킬 수밖에


이 겨울

잊지 못할 일을

매듭 지을 수 있는 건

잊음도

잊힘도

버림도

피함도 아니다

뼈 저리게 아프고

뼈 아프게 안고

몸서리치도록 깊은 눈동자에

새기고 또 새김이라

다시는 오지도 마라

다시는 겪지도 마라

이 추위는

너무나 안 어울린다

이 시간 이 공간 이 지성에


소용돌이쳐 휘감아

똘똘 뭉쳐

박제장에 넣어 두리라

두고두고 되새기며

깨어나지 않게 하리라


춥다

그러나 곧 온다

추위가 가는 날이

또 오더라도

이런 추위는 아니니

걱정 마라


그간

따스한 집을 만들어낸 우리는

치닫는 가시

맞서는 그릇된 힘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

따스한 새 집을 만들어 낼 이는

너희도 아니고

그들도 아니다


혜안이

포근한 지혜를 가진 자

추위를 덜어 줄 이


추워도 와라

혜안아

갑자기 뛰어오지는 마라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걸어와라

급하면 오던 지혜도 구겨지마련

서서히 부드럽게 걸어오너

우리가

두 팔 벌려 안아주리라


춥다

그래도 혜안이를 기다리며

추위를 견뎌보리라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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