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겨울이어서 춥다
하늘이 맑아서 더 춥다
싸늘한 공기에 촘촘히 새어 나가는 외침이 춥다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 같아서 춥다
아무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을 것 같아서 춥다
할 수 없다
우리가 스스로 지킬 수밖에
이 겨울
잊지 못할 일을
매듭 지을 수 있는 건
잊음도
잊힘도
버림도
피함도 아니다
뼈 저리게 아프고
뼈 아프게 안고
몸서리치도록 깊은 눈동자에
새기고 또 새김이라
다시는 오지도 마라
다시는 겪지도 마라
이 추위는
너무나 안 어울린다
이 시간 이 공간 이 지성에
소용돌이쳐 휘감아
똘똘 뭉쳐
박제장에 넣어 두리라
두고두고 되새기며
깨어나지 않게 하리라
춥다
그러나 곧 온다
추위가 가는 날이
또 오더라도
이런 추위는 아니니
걱정 마라
그간
따스한 집을 만들어낸 우리는
치닫는 가시에
맞서는 그릇된 힘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
따스한 새 집을 만들어 낼 이는
너희도 아니고
그들도 아니다
혜안이
포근한 지혜를 가진 자
이 추위를 덜어 줄 이
추워도 와라
혜안아
갑자기 뛰어오지는 마라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걸어와라
급하면 오던 지혜도 구겨지기 마련
서서히 부드럽게 걸어오너라
우리가
두 팔 벌려 안아주리라
춥다
그래도 혜안이를 기다리며
추위를 견뎌보리라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