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각의 감옥

by 시니

단지 생각만 했을 뿐이다

단지 몇 초 앞을 끌어왔을 뿐이다


그 "뿐"이기만 한 죗값이

가슴에 부대끼더니

헝클어지고 뭉쳐진다


끊어내어 지지도

잘라내어 지지도

버려지지도

녹여지지도

않는

돌 같은 딱딱


희미한 다섯 손가락으로 빼어낼 수 있을까

흐어헛 기염으로 끄집어낼 수 있을까

뜨건 물 부어 흐느적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건가


정녕!


습관화된 어지러움과

관습화된 토악질과

반복적인 굳혀짐


내가 너였다면

해 줄 수 있을 텐데

내가 나여서

못 해 주는 심정 또한 감옥에 갇히고 만다


베란다 창틀이

감옥 창살이 되어

가슴에 와 박힌다


그렇게라도

깨어지든

부서지든

한다면

막힌숨이 큰숨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한숨 들어마시듯

또 한숨 내쉬며

생각을 흐뜨려버린다

정제되지 않은 그 무엇은 가라

곤란한 덩어리도 가버려라


생각의 감옥에 갇힌

생각을

풀어주어라

도망갈까 두려워

새장에 잠근 파랑새도

열어주어라


파르르르

휘두르르

날아오른 파랑새 허리춤에

생각을 날려 보내라

넌 할 수 있다


내일이 오늘이고

어제가 오늘이다

단 하루 오늘만 잘 살면

평생 잘 사는 거임을

날갯짓처럼 끄덕여라

몰라도 알아라


오늘 밤

편히

숨 쉬며

고이

잠들길

나라는 그대여


환한

내일

아침에

마주하며

힘차게

강건하게

날아오르길


그곳이 어디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빠, 눈이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