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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이

by 시니

갈빛 나무 곱게 깎아

걸음보 맞춘 남산 자락숲

한창인 휘어진 배롱나무 가지

선홍빛꽃에 취해

어느새 닿은 남산타워

케데헌 콘서트장에서

사진 찍는 외국인들의 왁지지껄

속 시원히 땀 날리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함께 한 이와 한생각으로 마주 보며 쓰윽 웃는다

툭!

아야!

밤나무 아래로 밤톨이가 떨어져

오른쪽발 복숭뼈에 부딪힌다

반력을 이용하면서 길바닥에 앉아있던

베트남 여인의 분홍 신발에 부딪힌다

또그르르 또그르르

내리막길 굴러가다

중국인 여인이 얼른 잡는다

찾는 내게 밤톨이를 내민다

건네받으며 땡큐 땡큐

모두 한마음이 되어 크게 웃는다

여행자는 한집단

지구는 한가족

밤톨이가 그린 삼각형은

지구촌 사랑의 궤도

괜히 자랑스러워져

한 손에 꼭 쥐고 온다

깨끗이 씻어서

바구니 든 토끼인형 옆에 놓아둔다

오늘은 밤톨이가 밤톨이다

쓰담쓰담

케데헌도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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