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지하철역 게이트
들어가는 나
나오는 아는 얼굴
우연한 만남이 깜짝이다
국립극장 가는 420번 버스
낑낑 막판 껴 타고
욕지거리 뱉는 아저씨 모른 척하며
안도의 숨 쉰다
그래도 탔다
늦지 않아 다행이다
버스 정류장에 막 닿아 내리기 직전
스쳐 지나가는 아는 얼굴
내렸을 땐 이미 모퉁이를 돌았다
전화 목소리도 반갑다
우연이
우연을 낳고
그 우연이
또 우연을 낳은 날
신기한 눈빛을
주고받고
깔깔깔
웃어제끼며
국악관현악단 연주장을 향해
바삐 걷는 친구와 나
우연으로
점철된
오늘이
기적 같다
국악관현악 깊이와 소름만큼이나
오늘의 우연이
나의 베갯잇에
저금이 된다
행복이
무늬로 찍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