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d Marine Mar 21. 2020

퇴근길에 만난 꽃의 기억들

#. 6번째 이야기


저는 퇴근 후 날씨가 좋으면 집까지 종종 걸어서 가곤 합니다. 거리가 대략 8.5km 정도 되니 천천히 걸으면 1시간 20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역삼역에서 테헤란로를 거쳐 선릉역 쪽으로 얼마 갔을까요. 제 시선을 붙잡는 곳이 있었으니, 자주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서서 바라보는 플라워샵이 있습니다. 색이 참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보다 꽃이 가지는 의미와 그 꽃말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눈길이 절로 가는 것 같습니다. 제가 꽃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머님이 꽃을 좋아하셔서 생일날 종종 꽃을 사게 되면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후로 기념일을 챙길 때마다 다양한 꽃과 그 말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 가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꽃이 좋아 공부를 하다가 알게 된 것이 꽃말은 19세기 유럽 영국을 중심으로 식물학, 정원 조성 등이 발달하면서 유행했는데, ‘당시에는 직접 말할 수 없는 메시지를 꽃을 통해 전달’ 하는 경우가 많아 꽃말 사전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고 전해졌다고 합니다. 꽃말은 국가별로 달랐으나 이후 차츰 정리가 됐으며 한 꽃에 여러 개의 꽃말이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꽃말은 꽃의 모양, 특성 등에서 유래한 것이 많으며 신화나 전설 등에 등장하는 꽃 이야기에서 유래된 것도 있다네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단연 ‘하얀 장미(white rose)’입니다. 흰 장미는 순결·존경을 뜻하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꽃을 준비하면서 ‘내가 생각하기에 상대방은 가장 순결한 존재이고, 그가 생각하기에 나는 가장 존경받는 사람’ 이길 바라는 순수하면서도 깨끗한 사랑의 의미를 같이 전달하는 거죠. 흰 장미는 서로에게 전달하는 의미가 확실한 꽃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건축가의 시선에서 본 꽃은 색채를 공부할 수 있는 도구로도 사용됩니다. 현대 도시를 만드는 건축물 디자인을 할 때 외부에 재료를 선택하게 되는데요. 각기 고유의 물성을 가진 외장재의 색들이 조화가 되어 하나의 건물, 나아가 도시의 경관을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양한 꽃을 보면서 시각적인 아름다움,  자연이 가지는 색의 조화로움 그리고 여러 가지 꽃의 선형들을 관찰하며 건축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건축가에게 꽃이 가지는 의미는 참 다양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최근에 꽃을 사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저도 사실 최근에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꽃을 좋아해서 그런 영향도 있겠지만 요즘 많은 분들이 ‘꽃다발보다는 돈다발이 더 좋은데’ 라는 여담의 말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가치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고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되면서도 조금은 아쉬움이 드는 게 사실이네요. 물론 현실적인 측면에서 그보다 확실한 선물이 있지는 않겠지만, 한편으로 보면 시대가 변하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 점점 각박하고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투정 어린 생각을 해봤습니다 :D





Note
과거에는 심심치 않게 꽃을 든 분들을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좀처럼 꽃을 든 사람을 찾아보기가 아주 어렵네요.
아주 잠시 바라보는 대상이지만 꽃을 통해 사람들이 여유를 찾고 웃음이 끊이질 않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퇴근길 꽃 말과 함께 아름다운 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