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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Marine Sep 01. 2021

인생의 흔적은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나더라

#. 56번째 이야기

요즘 저는 마감이 한 참 바쁘게 흘러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축가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잠시 점심을 먹은 후 카페에 앉아서 한 숨을 크게 내쉬며 남은 3주의 마감 시간을 세어보던 중 불현듯 머릿속에 '흔적'이라는 글귀가 들어왔습니다. 요즘 저의 인생에 대해서 많이 돌아보게 되는 시간들을 가지다 보니 더욱 깊은 생각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나의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이유를 동기삼아 내 인생을 더 뜻깊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전적 의미로 '흔적' 은
어떤 현상이나 실체가 없어졌거나 지나간 뒤에 남은 자국이나 자취

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흔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지난시절 살아오면서 행한 나의 행실, 인간사에 남긴 자손들, 또한 직업적으로 넓혀본다면 시인들은 직접 지은 , 음악가가 만든 선율, 화가가 터치하는 그림 등등 수많은 이미지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합니다. 각자가 지나온 시간에 따라 아주 다양한 흔적들이 나올  같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바라보는 흔적은 무엇인가 떠올렸고 가장 쉽게 두 가지의 관점에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의 입장에서 내가 남긴 어떤 "발자취" 그리고 누군가가 나에게 남기고 간 "영향"입니다. 이처럼 입장의 차이에 따라 그 의미는 상당히 다른 해석이 존재할 것입니다. 내 발자취가 꼭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년기를 지나는 분들도, 청소년기를 겪는 분들도 그 흔적은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그리고 영향을 준 시각으로 바라보면 아주 오래 만나거나 함께 동행해온 가족만이 아니고 단 하루라도 나에게 머물다 떠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도 어떤 흔적이든 남기 마련입니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또 굉장히 중요한 요소일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 있기에 그 흔적으로 인해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졌고 내가 걸어온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 직업은 공간(space)을 기획하고 건물(building)을 만드는 아키텍트(Archtiec)입니다. 그렇다면 건축가인 저의 관점에서 들여다보았을 때 "지금 까지 내가 남겨온 건축적인 흔적(발자취)들은 무엇이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지난 시간 건축가로 첫 발을 내디뎠던 순간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하는 상업시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동주택, 여행지에서 잠시 머물 수 있는 호텔, 활기차게 일을 할 수 있는 업무시설을 설계하여 이미 준공을 하기도 했고, 준공을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이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고 이 도시에 건축물로서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오랫동안 존재하여 남길 수 있다는 것에 그래도 제가 가진 직업에 대해서 미소 짓게 되고 참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건축가로서 살아가는 저의 관점에서의 흔적[발자취]은 이렇게 의미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입사하자마자 조금 이른 20대 시절에 결혼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다른 성격 탓에 짧은 시간을 유지하고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 때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었고 그 사건으로 인해 저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후유증을 얻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누구에게든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정상적인 만남을 이어나가는 게 힘들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그 아픔으로 인해 이제는 누군가와의 동행을 하는 것보다는 나를 위해서 살기로 한 비혼 주의자로 변했습니다. 좀 더 섣부르게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많이 궁금하네요. 30대 저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을 선택하며 다른 인생을 살게 한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받게 되었던 흔적[영향]은 많은 부분에서 제 인생의 방향을 바뀌게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그렇듯이 자신 인생의 흔적은 걸어온 길에 따라가거나 혹은 상대방의 영향으로 인해 곳곳에 남겨지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 일수도 있고, 외부에 노출되어 물리적인 기록으로 남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흔적들을 내 외부적으로 바라보면 그 과정들이 쌓여 '나'라는 사람을 만들고 그것이 내 행동으로 내 표정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흔적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한 번쯤 생각을 해보는 것도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네게 존재하는 많은 방식의 흔적을 떠올리며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좀 더 의미 있고 행복한 내 인생의 시간들로 채워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흔적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너무너무 궁금하네요.



Note
"인생의 흔적은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나게 마련이다."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얼굴을 사진으로, 혹은 초상화로 기록해 보는 건 어떠신가요? 그 모습을 보고 내 인생의 걸어온 길이 어렵고 힘들었다면 위로를, 행복하고 즐거웠다면 미소를 지으며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져보시길 추천드리겠습니다. 바쁘게만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자기 성찰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 어려운 시대의 상황들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얻길 항상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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