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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선 Aug 17. 2022

우리의 지속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

김아해 전시: 필요충분조건


나란히 마주한 두 개의 원과 그사이 그어진 두 줄의 선. 등호라는 이름을 가진 이 선은 양쪽의 두 원이 서로 같음을 뜻한다. 이 그림은 ‘필요충분조건’ 관계를 나타낸다. 여기서 어떤 것이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말은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그것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없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당신에게 ‘반드시 있어야 하고, 없어선 안 되는 것’이 무엇인가. 같은 고민을 했던 김아해는 〈필요충분조건〉 프로젝트에서 자신에게 반드시 있어야 하고, 없어선 안 될 것을 찾아 나섰다.

     

〈필요충분조건〉은 워크숍, 전시, 라운드 테이블로 짜인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였던 〈끈과 띠〉는 김아해를 포함한 작가 및 큐레이터가 각각 한 달씩 맡아 진행한 워크숍이다. 작가는 이 워크숍의 현장 이미지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촬영하여 기록했고, 이후 기록된 이미지들은 작가의 회화 작품을 이루는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전시 《필요충분조건》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에 이어 진행되는 라운드 테이블은 전시와 작품, 나아가 미술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가 혼자서는 진행할 수도, 완성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전시는 워크숍에서 얻은 동료들과의 이미지로부터 시작되었고, 워크숍과 라운드 테이블 역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할 사람들을 필요로 했다. 작가는 처음부터 프로젝트 안에 타인이 들어설 자리를 만들어, 누군가와 함께 진행해야만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프로젝트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사건은 사람들이 여기 모였기 때문에 일어나고, 또 이들 중 누구 하나라도 빠지면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인 것이다. 그리고 프로젝트는 서로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공동의 장소’를 만들어 주었다.


2년간의 프로젝트는 《필요충분조건》 전시를 통해 그동안의 시간을 기념하고 기록한다. 전시가 끝나면, 김아해를 비롯한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또 한 번 반추의 시간을 거칠 것이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빈 무대 위에 여전히 남아있을 질문을 들여다본다.


“우리의 지속에 반드시 있어야 하고, 없어선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


울산이라는 비서울에서 활동하는 김아해에게 작가를 지속하기 위해서 ‘동료’의 존재는 반드시 있어야 하고 없어선 안 될 ‘필요충분조건’이었다. 그러니 작가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동료’, ‘연대’, ‘연결망’이었다. 여기에 대한 답은 모두 제각각 다를 수도 있겠다. 다만 그 답이 무엇이든 이 질문을 계속 함께 되물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필요로 한 것이 단지 당신만의 것은 아닐 테니까. 김아해가 찾아 나섰던 ‘동료’들이 그렇듯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지속에 반드시 있어야 하고, 없어선 안 되는 것을 '함께' 찾을 수 있을까? 김아해의 프로젝트에 이어서, 두 번째 질문을 던져본다.


(좌) 〈필요충분조건〉 전시 전경, 2022, (우) Pieces, 2022, 판넬에 유화와 전사, 160 x 120 cm



참고문헌

¹ https://www.ahaekim.com/

² https://projectpycb.wixsite.com/my-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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