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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arketing Guru

우동 한 그릇 반의 의미

by 야갤이 윤태


우동한그릇 , 일본의 작가 구리 료헤이 원작의 단편 소설을 지나가며 우연하게도 읽게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72년부터 매년 북해정이라는 한 음식점에, 섣달 그믐날 밤에 한 어머니와 두 아들이 찾아와 소바 1그릇을 시켜 먹는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도 찾아와 소바 1그릇을 시켜 셋이서 나누어 먹는다. 해마다 찾아오는 가족이 안쓰러워서 사장(겸 주방장)의 부인이 "한 그릇은 서비스로 하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장은 "그런 거 없다"라고 하면서도 면을 삶을 때 면 한 그릇 반 양을 넣어준다. 두 그릇 이상을 삶으면 티가 나서 가족들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그러던 어느 해에 소바 2그릇을 시키면서 세 모자의 사정이 드러났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일으킨 사고로 8명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던 것. 세 모자는 고생고생하며 돈을 갚았고, 돈을 다 갚은 날 소바 두 그릇을 시켜서 먹은 것. 이때 동생은 나중에 일본에서 제일가는 소바 가게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꿈을 이야기해서 가게 주인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기도 했었지만, 결국 자라서 은행원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부터 세 모자는 찾아오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가게를 새롭게 꾸몄지만, 그때 세 모자가 앉았던 테이블만 바꾸지 않고 놔두었고 이 사연은 유명해진다. 어느 해 섣달 그믐날, 주인 부부는 이번에도 예약석에 손님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날 밤에는 청년이 된 아들들과 어머니가 다시 찾아오게 된다. 그리고 가장 호화로운 음식인 소바 3그릇을 시켰다. 잠시 멍하니 있었던 사장은 '당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손님이 왔는데 주문 안 받고 뭐 하냐'는 손님의 충고에 정신을 차리고 세 모자의 주문을 받아들인다.

https://namu.wiki/w/우동%20한%20그릇

참으로 따스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작가는 그 이후에 시가현의 한 소바집주인이 지역 언론에 폭로한 일로 그 실체가 밝혀지게 된다. 작가 구리 료헤이가 이 소바집에 세 들어 사는 동안 소아과 의사를 사칭해 마을 주민들에게서 약값 명목을 돈을 받아 챙기는가 하면, 자동차를 빌린다는 명목으로 소바집주인에게 10만 엔을 빌려가 그대로 자취를 감추는 등 사기 행각을 저질렀다고 한다. 놀라운 이야기 반전 아닌가?


이 놀라운 사실은 뒤로하고,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에서 이 주인이 생각한 두 그릇이 아닌 한 그릇 반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그 주인은 어쩌면 소바를 먹으러 온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응하는 실력이 상당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푼다는 것을 티 내는 것이 아니라, 국수를 먹으러 온 엄마의 관점에서 불편하지 않게 슬쩍 자리를 내어주는 그런 마음이 국숫집 사장님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더욱이 아이러니하게도 사기꾼 작가의 마음에서 그런 관점의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 더 신기하다.


하지만, 정말 똑똑하고 많이 배우고 현명하고 전혀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도 어이없게도 사기를 당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면 사기꾼이라는 자들의 정체야말로 그 사기를 치는 대상에 대한 이해와 교감을 실제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재능이 있는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는 조금은 황당한 생각도 든다.


어쨌건, 소비자와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 그리고 매력을 주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매력적인 것 같다.


심지어는 사기꾼에게서 조차 배울 것이 있다니 말이다.. (사기는 나쁜 거니까 그렇다고 사기를 치거나 옹호하는 일은 하면 안 된다~!)


2025년 푸른뱀의 해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동한그릇.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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