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은 왜 모두에게 충분하고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가
“공군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조사를 위한 특검법이 오늘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고(故) 변희수 육군 하사가 숨진 지 1년여 만에 그의 죽음을 ‘순직’으로 봐야 한다는 정부 공식 기구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어느 날 한 나그네가 길을 가고 있었다. 한창 걷던 중에 그는 젊은 사내 일곱 명이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호기심이 생긴 나그네는 멀리 앉아 그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입은 옷을 보니 군인인 듯했다. 초록색, 갈색, 회색, 하얀색, 검은색, 붉은색, 온갖 색깔이 가득했다. 일곱 명 각자 다리 곁에 단지 하나를 두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꿀 빨았네.” “아니네, 네가 꿀 빨았네.”라고 말하며 웃었는데, 언성이 높아지다 결국 두 사람이 멱살을 잡고 다투었다. 놀란 나그네는 다가가 다툼을 말렸다. 간신히 둘을 뜯어말리고 다툰 이유를 물었다. 둘은 비슷하게 대답했다. “얘가 더 편하게 지냈어요. 나는 구르면서 고생만 했는데.” 나그네가 두 사람의 단지를 들여다봤을 때, 꿀은 밑바닥에서 간신히 춤만 출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양이 들어 있었다. 다른 사람도 도토리 키 재기로 차이가 없었다. 나그네는 적은 양인 데다 별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죽일 듯 싸움을 벌이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이들은 그런 점은 모르는 듯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 여인이 단지를 이고 이들 곁을 지나갔다. 이들은 갑자기 길로 몰려나와 여인을 가리키더니 “꿀 빨았네!”라고 외치며 돌로 치고 때렸다. 여인이 머리에 이던 단지가 깨졌는데, 아무것도 흘러나오지 않았고 깨진 조각만 튀었다. 나그네는 놀라며 이들을 막으려 했지만 한 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나그네는 혀를 차며 여인을 데리고 빠져나와 의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여인이 말했다. “저들은 항상 저 자리에 머무르며 행패를 부립니다.” 저들은 한 무리로 움직이며 여자는 물론이고 바퀴 달린 수레 없이 움직일 수 없는 사람, 먼 곳에서 와 외양과 말씨가 다른 사람을 붙잡고 모욕을 준다고 했다. 근처 마을에선 여인이 대개 사내보다 꿀을 적게 받아서, 어떻게든 꿀을 모으고자 일하러 가던 길에 이들을 만나 봉변을 당한 것이었다.
여인과 헤어진 나그네는 회색 돌담으로 둘러싸인 곳에 이르렀다. 입구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호국 요람’.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 안을 엿보니, 군복을 입은 사내 여럿과 여인이 바삐 움직이며 꿀을 모으고 있었다. 그 뒤에 꿀이 가득 담긴 큰 단지가 있었다. 꿀이 테두리를 맴돌며 넘칠락 말락 했다. 그 무리가 있었던 곳 같았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들은 예외 한 명 없이 눈은 게슴츠레 떴고 퀭해 얼굴에 검은색이 감돌았으며, 움직임은 느릿느릿했다. 그 무리도 그렇고, 그 여인도 그렇고, 꿀을 제대로 먹지 못한 게 틀림없었다. 나그네는 안으로 들어가 자신이 본 일을 이야기하며 ‘꿀은 왜 모두에게 충분하고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가’라고 말하려 했지만, 짙은 낯빛을 보고 이게 과연 도움이 되려나 생각해 망설였다.
그 순간 사내 둘이 나타나 나그네를 붙잡고 안으로 끌고 갔다. 나그네는 소리를 질렀지만 사내 하나가 입을 막았다. 빛이 들지 않는 방에서 그들은 나그네가 맨 가방을 뒤졌다. 가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안에서 본 것을 발설하지 말라고 전하고 나그네를 문 바깥으로 쫓아냈다. 나동그라지기 직전 나그네의 눈에 한 부모가 어른거렸다. 그들은 군복을 입은 채 죽은 여인을 품에 붙잡고 울고 있었다. 나그네는 툭툭 털고 일어났다. 다시 혀를 차며 길을 떠났다. 그는 다음에 들를 마을에서 종이와 붓을 사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써야 하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