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산귀촌

당신은 귀촌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다

by Yunus 유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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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선에서, 도시권 특히 서울의 많은 사람들은 귀촌이나 귀농을 꿈꾼다. 현직자들은 현실에 질려서, 은퇴자들은 도시 생활은 충분히 했으므로 꿈꾸게 되는데, 이 두 그룹 모두 결국 '서울에서의 삶'이 지겹다는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인 은퇴자들 즉 정년을 채우고 노후 재정이 마련되어 있거나, 시골 출신인 경우 회귀 본능이 작동하여 귀농 귀촌의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실현할 확률은 여전히 낮다. 반면, 한참 직장 생활을 하는 나이대의 사람들은 쉽지 않다.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으러 가는 사람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귀촌을 막는 주요 장벽을 네 가지로 압축해 본다.


1 생활 인프라

의료, 교육, 쇼핑, 교통, 치안, 문화, 여가활동 등 지방과 서울의 차이는 매우 크다. 나는 여행으로 모든 광역시, 세종, 제주와 주요 혁신도시를 경험했지만 서울과의 격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수도로서의 역사와 인구 차이에서 오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고, 이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서울을 앞지를 수 없다. 진한 '서울 맛'을 본 사람이라면, 이 생활 인프라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서울 내 한참 크고 있는 자녀 또는 은퇴한 부모님이 있다면 더더욱 어렵다.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 시, 그들의 곁으로 빠르게 도달할 수 없다던가, 바로 도움을 받을 시설이 없다는 상상은 끔찍하다. 갑자기 맥주, 빙수, 아이스크림이 당긴다거나, 스타벅스 커피나 푸라닭, 피자알볼로가 당긴다면 등의 고민도 사소하지만 귀촌을 고려할 때 한 번쯤 머리를 스쳐가는 요소들이다.


2 직장

직장은 여러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결국 '급여의 기회'로 귀결된다. 귀촌한다고 해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귀촌하면 서울에서처럼 직장 생활을 원하지는 않으므로, 귀촌 후의 소득활동은 안정적이며 준수한 급여를 포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회사를 관두어도 비슷한 급여를 주는 다른 회사의 기회, 직종을 전환할 기회, 직업 훈련을 받을 기회, 직장까지의 이동 거리 등 많은 것을 고려하게 된다. 당연히 갑자기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3 세련된 피드

위 1번과 2번을 포함하여, 보이는 삶이 멋이 없어질 수 있다. 성수동의 힙한 팝업, 종로와 중구의 기와 건물들과 고층 건물의 조화, 강남의 세련됨, 한강의 야경, 낮의 정장군단이 밤이 되면 야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 밀집 지역의 낭만을 담담한 일상인 듯 담아 올리는 예쁜 인스타그램,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아 미국식 억양과 선행 학습 덕으로 셈이 빠른 내 아이에 대한 우월함, 증권가 형님들, 대기업 팀장직 언니들과 함께하는 격조 있는 러닝. 자랑과 과시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이런 삶에 푹 빠지면 기대치는 높아진다. 반대로 현실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진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예쁘고 멋진 나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도 바로 '나'이기에.


4 미래에 대한 불안

아마 이 요소가 결정적일 것이다. 주로 위 세 가지에 대한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촌에는 생활 인프라가 결핍되어 있고, 직장의 기회가 희박하며, 서울 사는 친구들과의 각종 물리적, 대외적 지표가 떨어진다. 이렇게 박살 날 세 가지 요소를 상쇄할 밝은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통 상상이 가지 않는다. 편한 옷차림, 구겨진 옷, 꾸밈없는 머리 스타일, 급여는 낮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일. 이것들이 과연 정말 내 삶을 만족시킬까라는 의문에 대한 확신이 없다.


우리가 귀촌할 수 없는 위 네 가지의 이유는 사실상 한 덩어리이다. 위 요소 중 어느 하나만 걸림돌이 된다고 해도 귀촌이 어려운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네 가지 모두 맞물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귀촌하는 사람을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게 된다. 실제로 내가 귀촌을 결정했을 때, 위 질문은 한 번에 온다.


너 곧 출산하잖아. 생활비 많이 들 텐데... 그리고 아기들은 갑자기 아프기도 한단 말이야. 제때 못 고치면 너 평생 후회해. 그 시골에 놀 거리는 뭐가 있어? 너 달리기 좋아하잖아. 어머님 갑자기 아프시면 어떡하냐, 마트는 있고? 이웃들이 텃세 부리면 어떡해. 그건 막상 살고 나서 겪기엔 너무 힘들지 않겠어? 독서모임 멤버도 모으기 힘들 텐데... 벌레 많고 뱀도 나오잖아.


사실 위 질문들은 귀촌을 생각하는 당사자들은 천 번도 넘게 던지는 난제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귀촌했을까? 위 네 가지 요소 중 특히 1번과 2번, 둘 다 서울을 벗어나 본 적 없고, 꽤 준수한 소득을 영위하던, 서울 껍데기를 입은 우리는, 어떻게 귀촌을 결정할 수 있었을까?


아마 다음 글의 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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