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육, 해, 공 어디서든 존재하다
많은 플라스틱의 최종 도착지는 매립장이다. 그럼에도 소수의 플라스틱은 해양에 이르기도 하고, 일부 플라스틱은 빛 또는 기계적 방법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결국 공기나 토양으로 흘러간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50년까지 해양에 축적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총무게가 바닷속에 살고 있는 모든 물고기의 무게를 상회할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특히 해양 플라스틱은 문제가 심각하다. 바닷속에 버려진 플라스틱의 20퍼센트는 배에서 나온다. 가장 비중이 큰 출처는 어선들이 버리는 어망이나 통발이다. 다른 30퍼센트는 강물을 통해 바다에 도달한다. 나머지 다양한 근원지를 통해 해양 플라스틱의 절반이 바다에 도달된다.
이렇게 바다에 도달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물에 젖지 않을 때만 광분해 될 수 있다. 만약 이런 환경 속에서, 플라스틱이 분해되더라도 독성 물질을 방출하거나 화학적 변화 없이 미세한 크기로 분해돼 먹이사슬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세계 어떤 지역에서든 거의 모든 바닷새의 소화기관에 플라스틱이 발견된다.
플라스틱은 토양이나 공기 중으로도 흘러 들어간다. 책 <낭비>에서는 2가지 논문을 통해 이 사실을 명확히 해준다.
논문 <미세 플라스틱의 대기 중 이동 및 오지 산악 지대 저수지 퇴적>의 저자에 의하면 프랑스 피레네 산맥의 인적이 없는 산 정상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또 다른 논문 <인류의 미세 플라스틱 소비>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기만 미국인은 연평균 10만 조각의 미세 플라스틱을 들이마시거나 소비한다.
결국 우리는 플라스틱이 분해되어 생긴 미세 플라스틱을 바다, 땅, 공기 중으로 섭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섭취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어떠할까? 이에 관해 책 <낭비>에서는 다수의 견해와 소수의 견해를 언급하며 우리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
우리가 입으로 먹는 플라스틱은 결코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우리 체내를 통과하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다른 오염물들과 비교해도 우리가 호흡하며 들이마시는 플라스틱의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다수의 주장이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의 과학정책자문위원회는 플라스틱이 인간이나 환경에 미치는 여향은 미미하며 포괄적 위협을 가하지 않지만, 증거가 제한적이며 만약 오염이 현재 속도로 계속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재활용 이슈와 세금·보증금 제도
우리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생각할 때,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일회용 플라스틱'이다. 그중 가장 상징적인 아이템이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물병이다.
노르웨이, 독일 같은 유럽에서는 플라스틱 물병의 재활용률이 97퍼센트이다. 이는 미국의 재활용률 25퍼센트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재활용률은 높이는 유인 방법은 바로 세금과 보증금, 그리고 인식이다.
책 <낭비>에서는 유럽의 플라스틱 물병에 대한 재활용률을 높이는 유인 방법 3가지를 설명한다.
첫 번째는 플라스틱 병 제조사와 관련 있는데, 노르웨이 정부는 플라스틱 병에 세금을 부과한다.
두 번째는 플라스틱 병을 사용하는 소비자와 관련 있다. 노르웨이 국민은 플라스틱 병 1개 구매 시 10~25센트 사이의 비교적 높은 병 보증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 보증금은 재활용 센터에 해당 병을 제출할 경우 환불받을 수 있다.
세 번째는 국민들이 병을 죄악시하지 않는 것이다.
비닐봉지는 어떠할까? 플라스틱 물병처럼 재활용률이 높을까. 실제로 그렇지 않다. 플라스틱 병과 달리 비닐봉지는 재활용률이 1%로, 가장 낮은 항목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비닐봉지는 플라스틱 필름이라 플라스틱 병과 달리 다른 절차로 재활용해야 하고, 컨베이어 벨트에서 분류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닐봉지는 사용률에 대비하여 분해되기까지 많이 시간이 소요된다. 미국인의 비닐봉지 평균 사용 시간은 약 30분이며, 1년 평균 350장의 비닐봉지를 사용한다. 이에 반해 비닐봉지는 분해되기까지 한 세기가 더 걸린다. 그렇다고 비닐봉지가 해양생물과 육지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도 않다. 오히려 파괴적이다. 왜냐하면 비닐봉지를 먹이로 착각해 집어 삼기는 경우 등이 많기 때문이다.
일회용 비닐봉지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덴마크는 비닐봉지를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였다. 흥미롭게도 비닐봉지 사용에 10센트 정도의 아주 적은 세금만 부과해도 사용률이 거의 90퍼센트나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세금과 보증금 제도가 실질적으로 환경을 개선할까? 아니!
그렇다면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과 비닐봉지에 대한 세금 부과와 보증금 제도가 실질적으로 환경을 개선하였는가? 이것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비닐봉지를 생산하고 운송하는 비용, 즉 생산 및 운송의 외부효과 등은 애초에 일회용 플라스틱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플라스틱 병에 부과된 모든 보증금은 거의 환불받기 때문에 병 생산을 줄이는 효과가 전혀 없었다.
이처럼,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결정하려면 한 품목을 생산할 때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피해가 어느 정도 인지 그리고 해당 품목의 폐기가 사회에 미치는 해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규모에 대비하여 연구할 수 있는 범위와 인지적 한계, 정확성을 위해 시계열 분석이 필요한데 아직 턱없이 부족한 데이터량 문제 등은 기업·정부의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대응을 힘들게 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자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세계 기업들은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LG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 <플라스틱 폐기물 이슈, 행동하는 기업들>에 따르면, 애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업종별 주요 기업들의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관련 사례를 분석하였다.
조원태·임지아, 플라스틱 폐기물 이슈, 행동하는 기업들, LG경제연구원, 21년 7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에서의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비롯된 환경적 악영향을 제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력 자체를 기업 밸류에이션 평가시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 내가 투자자라면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는 기업보다, 책임을 기꺼이 감당하는 기업에 투자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