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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캔두잇 May 05. 2020

여드름이 내 인생을 좌우하다

여드름이 생기는 원리와 심리적 영향, 그리고 개선 방법 


사춘기 시절, 지긋지긋한 여드름

나에겐 누나들이 있다. 누나들은 중학교 때 여드름이 생겼고, 사춘기가 지나서도 여드름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누나들과 달리 나는 여드름이 없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중학교 시절 산산히 부서졌다. 중학교 1학년 시절, 여드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내 상황은 누나들보다 심각했다. 누나들과 달리 보기 싫은 화농성 여드름이 났다는 얼굴을 뒤덮은 것이다. 누나들은 좁쌀 여드름이 군데군데 났다면, 나는 붉고 커다란 화농성 여드름이 볼에 집중되어 있었다. 난 또래 친구들의 깨끗한 피부와 나의 여드름 피부를 비교하면서 절망감에 빠지기 일쑤였다. 사춘기 시절은 피부에 예민한 시기인 만큼, 여드름은 나의 자존감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그러던 중 여드름으로 심적으로 힘들었던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던 일이 일어난다.

 

사건은 중학교 2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시험 점수가 좋지 않은 학생들의 볼을 꼬집곤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영어 선생님은 시험 점수가 좋지 않은 학생들 여러 명의 볼을 꼬집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돌아왔다. 선생님은 여드름이 군데군데 난 내 피부를 보더니 징그럽다는 표정과 함께 "그냥 가서 앉아"라고 말씀하셨다. 여드름 피부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나에게 선생님의 표정과 말씀은 충격적이었다.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내 피부를 보고 '더럽다'는 감정을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만, 피부로 차별받았던 느낌은 아직까지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다.  


여드름의 아픔을 되새기며 책 『피부는 인생이다』을 보았다. 책의 저자는 여드름 생기는 원리와 정신적 영향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다. 여드름을 유발하는 요소인 피지샘, 성호르몬, 미생물인 큐티 박테리움 아크네스를 차례로 설명하고, 더 나아가 여드름에 의해 형성되는 심리적 악순환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드름은 왜 생기는가

큐티 박테리움 아크네스를 현미경으로 본 사진

여드름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하기 앞서, 피지의 2가지 기능을 살펴보자. 

첫째, 피지샘에서 생성된 피부 기름은 피부의 강력한 방수 기능을 수행한다.

둘째, 피지는 해로운 세균은 피부를 침범하지 못하게 한다. 피지에 포함된 산성 물질이 피부 표면을 약 산성으로 만들어 세균의 침입을 억제한다. 


피지에 의해 생성된 피부 기름이 많은 부위에서 생겨나는 질병이 여드름이다. 여드름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큐티 박테리움 아크네스라는 세균의 과잉 증식이 꼽힌다. 막대 모양의 큐티 박테리움 아크네스는 노폐물이 쌓인 어두침침하고 지저분한 피부의 구멍과 모공에 머무른다. 이 세균은 피부 표면에서 떨어져 나와 피부 표면에 고여 있는 피지와 죽은 각질 세포를 먹고 산다.


피지샘에서 분비되는 피지는 대부분 무해하지만 사춘기 생성되는 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분비되기 시작하면 상황이 급변한다. 테스토스테론은 피지 분지량을 과도하게 생성하는 기능을 한다. 과량의 피지는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 형성 세포와 결합한다. 덩어리가 된 피지는 모공을 막아 여드름이나 뾰루지가 생기게 된다. 그러다 이 찐득한 혼합물이 새로 자라난 피부에 둘러싸여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면 화농성 여드름이 된다. 


거무스름한 여드름(블랙헤드)은 환경에 존재하는 먼지가 모공에 쌓여서 생기고 따라서 피부를 청결하게 관리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실제로는 죽은 세포와 피지가 모공 맨 윗부분을 막은 상태로 환경 중의 산소에 노출되었을 때 화학반응이 일어나 검회색을 띠는 찐득한 물질로 변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큐티 박테리움 아크네스는 모공을 막고 인체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키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그 결과 잔뜩 성난 것처럼 부풀어 오른 여드름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이 세균은 어둡고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대폭 증식한다고 한다.



여드름은 우울증·불안감을 유발한다

학창 시절, 여드름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았던 나. 여드름 피부라는 이유로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해 절망감을 느끼고 소심하게 행동한 내가 이상한 사람인 걸까? 책 『피부는 인생이다』의 저자는 여드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리적 악순환의 메커니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드름 때문에 놀림을 당했건 당하지 않았건 여드름 자체가 자신과 사회성 발달, 정신적 행복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는 여드름을 더욱 악화시켜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따라서 우울증과 불안감을 더욱 악화시킨다. 


정서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코르티솔과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피부의 피지 생성이 촉진되면서 여드름도 가속화된다. 참지 못하고 손을 대는 바람에 생긴 영구적 흉터는 남은 생애에 내내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여드름이 있는 사람 다섯 명 중 한 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결과가 있다. 문제는 대학생활이 막 시작된 시점이나 사회에 첫발을 디디고 우정과 애정관계가 진지하게 발달하는 시기에, 즉 첫인상이 매우 중요한 결정적 시기에 여드름이 흔히 발생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여러 면에서 여드름은 신체질환보다 심리질환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인격 형성기에 여드름이 위생적이지 못해서 생긴 것으로 외면받고 그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 사회적 심리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여드름 피부를 개선하기 위한 과학적 방법 4가지

책을 통해 여드름이 생기는 원리를 살펴보면서, 나와 누나들이 선천적으로 피지샘이 많고 큐티 박테리움 아크네스 균이 잘 서식하는 피부를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여드름 피부로 인해 겪었던 나의 힘든 경험을 다른 누군가는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책 『피부는 인생이다』의 저자는 여드름 피부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행동 지침 4가지를 과학적으로 제시한다. 


당이 많이 함유된 식품은 피하자


저자는 서구식 식단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드름 유발 식품들이 혈당지수가 높아 섭취 시 혈당을 단시간에 크게 상승시키는 특징이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2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첫째, 키타바섬 주민들의 식단 실험 연구이다. 연구 당시 키타바 주민들은 서구식 시단에 전혀 영향을 받은 적 없는 최후의 집단이었다. 주민 대부분은 과일과 뿌리채소(고구마 등), 코코넛, 생선을 주식으로 삼았고 식생활이 거의 다 식물로 구성됐다. 먹는 음식의 혈당지수는 낮았다. 연구 결과, 키타바 주민들은 심장질환과 뇌졸중 발생률이 낮다는 사실뿐 만 아니라 연구 참가자 1200명 중 단 한 명도 여드름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연구를 토대로 볼 때, 서구식 식단이 피부 질환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둘째, 생물학적으로 혈당 지수가 높은 음식을 섭취 시 피부 내부의 지방 합성이 증가하고 피지를 만드는 세포가 늘어나며 큐티 박테리움 아크네스 세균 수를 조절하는 기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보통 우리는 혈당 지수가 높은 제품으로 우유와 초콜릿을 생각하곤 한다. 우유(저지방 우유 포함)의 경우, 일부 연구에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성장인자가 포함되어 있어 여드름 발생을 유발한다는 결과가 있다. 반면, 초콜릿의 경우, 1949년 실시된 연구에서 지방 함량이 높고 혈당지수가 낮아 체내에서 당이 천천히 흡수된다는 결과가 밝혀졌다. 이 연구를 통해 초콜릿은 여드름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알코올은 피부 건강에 최악이다


저자는 알코올의 대부분은 피부의 외양과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알코올은 단기적으로 피부 수분을 빼앗아 누렇고 푸석푸석한 상태로 만든다. 뿐만 아니라 칵테일에 들어있는 설탕은 여드름을 악화한다. 그리고 주름 형성을 가속화할 수 있다.


레티노산, 노화와 여드름에 효과적인 성분


레티노산은 피부 노화뿐만 아니라 여드름 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있다. 저자는 말한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근거가 충분하고 수많은 피부과 전문의들이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물질로 여기는 성분은 바로 레티노산이다. 노화 방지 효과를 인정받는 물질은 탄탄한 증거들로 효과가 입증된 레티노산이 유일하다. 또 1960년 앨버트 클리그먼이 레티노산이 여드름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레티노산은 피부와 인체 건강에 꼭 필요한 물질로 당근처럼 색깔이 선명한 채소에 함유된 베타카로틴에서 얻을 수 있다. 다만 레티노산은 피부의 자연적 자외선 차단 기능을 다소 약화시킨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레티노산은 신체 활동을 주로 하는 낮 시간대 사용을 자제하고, 자기 전 발라야 한다. 또 레티노산을 사용할 경우에도 권장 용량을 여러 날에 걸쳐 늘려야 한다. 많이 바른다고 주름이 줄어들거나 여드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 꼭 명심하자.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자


단기 심리적 스트레스는 원래 앓던 여드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기회감염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자리 잡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갑작스러운 여드름의 재발은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또는 정서적, 정신적 압박이 심하다는 신호 일 수도 있다는 점, 기억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학창 시절 여드름 피부가 나에게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줬다는 사실을 읽으며 마음이 먹먹했다. 여드름 피부로 놀림받았던 경험, 여드름 피부로 나를 피했던 친구들의 행동, 여드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나머지 엄마에게 피부과 보내달라고 졸랐던 기억, 나보다 먼저 여드름으로 마음고생한 큰누나가 피부로 힘들어하던 나를 피부과 보내줬던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드름 피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피부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말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책 『피부는 인생이다』를 읽고 피부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좀 더 포용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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