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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캔두잇 Aug 27. 2021

요가 선생님과산책, 어머니는 위대한 사람이었다

[8월 26일(목) 가계부] 74,460원 | 어머니와 관점, 감정 연습

8월 26일 목요일 가계부 내역


지출 : 74,460원


8월 아파트 관리비 : 72,960원


이사 오고 나서 나오는 첫 아파트 관리비! 평균 9만 원 대 하는 관리비지만 난 7만 원대 안착! 덜 소비했다고 하면 그럴지도 ㅋㅋ 하지만 혼자 하는 30대 남자가 이 정도 쓴 거면 많이 쓴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에는 더 적게 쓸 수 있도록 해야겠다. 목표는 전월 달 대비 2000원 아끼는 걸로 정했다.


한편, 아파트 관리비는 국민카드로 납부하려고 하는데 첫 달이라서 납부가 불가하였다. 원래부터 이런 건지 모르겠지만, 다음 달에는 무조건 바꾸려고 한다. 국민카드 한 달 최소 실적 30만 원을 맞춰야 하는데, 미니멀리즘인 나에게 30만 원은 과소비에 속한다. 그래도 소비하지 않으면 대출 우대 금리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면, 감수해야 한다고 해야 할까. 언젠가 대출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하삼동 커피: 1,500원


산책

오늘은 요가 선생님과 산책하기로 했다. 내가 먼저 요청한 것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편안한 분위기 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현재 하고 있는 '감정 알아채기' 연습을 기꺼이 도와줄 것 같아서였다. 산책 속 평범한 이야기를 하는데, 내 근황 속 감정을 공유하는 식이다. 상대방인 요가 선생님에게는 연습이라는 말은 안 했다. 나한테 연습이지만, 알고 보면 평범한 대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편안한 상태에서 연습을 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산책을 시작했다.


산책 코스는 도로를 지나 아파트를 거쳐 잘 정비된 공원까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화의 주제는 '글쓰기', '나의 공감력이 정말 무딘 점', '감정 표현이 정중하지 않은 점'에 관한 것이었다. 글쓰기는 요가 선생님의 고민, 무딘 공감력과 정중하지 않은 감정 표현 부분은 나의 고민이었다.


첫째, 글쓰기 고민은 쓴 글에 대한 피드백 부분이었다. 이 글을 쓰기 전 성심성의껏 답변해드렸다. 요약하자면, 타깃팅에 관한 것이었다. 핵심 검색어를 찾고, 블로그 구성을 변경하여 사람이 읽게 편하게 끔 하는 게 좋다는 내용이다.


둘째, 공감력과 감정 표현은 '나의 연애' 고민에서 비롯되었다. 연애는 나의 태생적 고민이다. 왜냐하면 모태솔로인 나에게 연애는 아픈 손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애를 못한 이유로 '나의 무딘 공감력과 정중하지 않은 감정 표현'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무딘 공감력은 내가 누군가에게 감정이 있다거나, 누군가가 나에게 감정이 있다고 해도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조차 말이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느끼지 못하니 시작도 하지 못한 것이다. ㅋㅋ (헛웃음)


정중하지 않은 감정 표현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경우 그 감정을 짜증이나 비꼬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짜증내고 비꼬는데 누가 좋아하겠냐! 있던 정도 떨어지지 않겠나! 내가 생각해도 가관이다. 물론 내 감정 표현 방식이 이렇게 된 이유도 따로 있다. 


그건 바로 부모님과의 상호작용이다. 우리 부모님은 선천적으로 감정 표현을 기분 좋지 않게 하는 편이었다. 더구나 감정을 느끼는데도 서투른 편이다. 그걸 보고 자랐으니, 자연스레 닮아가는 건 사실 아닌가! 그래도 이렇게 자랐으니, 이렇게 살련다는 체념적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나의 경우, 태생적 한계는 있더라도 인지적으로 노력하면 그래도 바뀌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지속적으로 심리 상담을 통해 공감력을 올리고 정중한 감정 표현 연습도 하고 있다.


공감력을 올리는 방법은 상대방이 현재 느끼고 있는 기분을 물어보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제가 이러한 행동을 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정중한 감정 표현은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지 않은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게 살짝 어렵기도 한다. 

무의식적으로 날 것의 표현이 나오기 때문이다. 예컨대, '얼굴'을 '와꾸'라고 하거나, '멋지다, 대박이다'라는 말을 '개쩐다, 개미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어머니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위대한 사람이었다


나의 인생에서 '어머니'라는 존재는 빠질 수 없다.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의 어머니의 일생을 간단히 설명하는 다음과 같다.


26살에 결혼했지만, 아버지의 존재로 인해
불행한 결혼 생활 속에서 딸 2명, 아들 1명을 낳아 키운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마음에 준비가 되었을 때 자세히 언급하고 싶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에 관해 간단히 이야기하면 젊은 시절 술 주사가 심해서 어머니를 힘들게 하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식 3명을 키웠다. 주부로 활동한 게 아닌 워킹맘으로 40년 넘게 일하고 있다. 워킹맘 40년 말이 쉽지, 지금도 굉장히 달성하기 어려운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세 남매의 어머니는 대단하다는 말도 부족하다. 위대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나의 경우, 어머니의 불행한 결혼 생활에 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어머니를 괴롭힌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어머니는 불쌍한 사람이니, 내가 돌봐줘야 한다고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어머니 생각만 하면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돌봐줘야 한다는 마음이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큰누나와의 대화에서 관점이 달라졌다. 내가 큰누나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큰누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 : 누나, 내가 생각하는 엄마는 불쌍한 사람이다. 결혼생활 동안 아빠가 평생 엄마를 괴롭힌 거 옆에서 봤잖아? 그래서 지금이라도 내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누나 :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지금 나도 아들, 딸 키우고 있고 정말 힘들거든. 남편이 괜찮아도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아빠는 제쳐두고 자기가 중심을 잡고 세 남매를 키운 힘 있는 사람이거든. 지금은 엄마가 늙고 몸이 안 좋으시지만, 평생을 걸쳐 우리 남매 제대로 키우고 결혼까지 시키고. 이거 쉽지 않거든. 엄마는 진짜 대단한 사람이고, 그렇게 네가 걱정할 정도의 사람이 아니다.


큰누나의 이 말에 살짝 놀랬다. 이 놀램은 당혹함이 아니라 경의로움이었다. "이런 관점도 있구나, 내가 잘못 본 거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나 또한 큰누나처럼 생각하니, 부담감이 덜했다. 물론 경제적 부분이나 정서적 부분은 힘이 되드려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어머니의 존재 자체를 불행한 결혼생활에 의한 '불쌍한 사람'으로 인식하기보단,  좋지 않은 환경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세 남매를 잘 키우는 '위대한 어머니'로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큰누나와 대화를 끝낸 후, 어머니한테 전화했다. 그리고 큰누나와의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 어머니는 말했다.

"아, 큰누나가 그랬다고?! 아, 눈물 날 것 같다.
그래도 엄마의 고생을 인정해주는구나."


정말 감동적인 말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관점으로 어머니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한 불쌍한 어머니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중심이 되어 세 남매를 키운 위대한 어머니 말이다.


다시 한번 이렇게 나를 잘 키워주신 어머니한테 감사하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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