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윤우 Feb 29. 2024

굿, 그거 사기 아니야?(5)

굿이란 무엇인가

 * 신굿, 세존굿과 대감굿에 대하여


 신굿은 대신을 제대로 받아들일 때까지 굿이 끝나지 않아 걸리는 시간을 장담할 수 없다. 전편에서 이야기했듯 대관령 국사당, 태백산 천제당, 지리산 천왕봉, 즉 대한민국 3대 제단이라 일컫는 삼(三)산을 돌고, 집안에서 제자 나왔음을 조상들께 알리기 위해 본주 본산을 돈다. 본주 본산은 나의 고향 산, 혹은 부모의 고향 산을 일컫는다. 우리 집안이 오랫동안 터전을 잡은 지역의 산을 일컫기도 한다. 삼산과 본주본산 돌기를 마쳤으면 그때부터 굿당에서 굿을 시작한다. 제자 몸을 들락거리며 괴롭혔던 한 있는 조상이나 잡귀를 제거하는 의식, 즉 군웅 치기를 필두로 법당에 모실 신명을 차례로 들여 누가 [ 주장신 ]으로 계실지 굿판에서 가름 짓는다.


 여기서 주장신이란 제자가 모시는 신들 가운데 대표 격의 신으로 나는 5대 글문 대신 할아버지가 나의 주장 신명이다. 고로 나의 명패는 [ 일심봉청 5대 글문대신 ]이다. 미미의 명패는 [ 옥황상제 천상선녀 ], 이는 미미의 주장신이 천상선녀임을 뜻한다.


 보통 신굿은 어떤 신을 앉히고 주장으로 둘지, 귀신이 신 행세를 하는 게 아닌지 [ 가림굿 ]을 신굿 전에 하는 곳도 있는데 우리는 누가 신으로 들어오고, 그중에서도 누가 주장으로 들어오는지 알고 있어 가림굿이 필요 없었다. 제자는 당신의 신을 모셔줄 사람을 신 스승, 신 엄마라고 부르는데 나의 신 스승은 미미고, 미미가 일찍이 내가 어떤 신을 모시고 살아가게 될지 특정 의식이나 굿 없이 오로지 점만으로 가름 지을 수 있어 가능했다. 미미에게는 당신의 신어머니가 같은 역할이셨다.


 뭇 무속인은 손님이 신기가 있거나 신이 비칠 때 무당 될 그릇인지, 제자 될 그릇인지 굿을 해서 열어봐야 안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미미나 나나 한 번도 그런 말을 해본 적 없다. 무당을 할 수 있을지는 손님이 처음 법당에 왔을 때, 그를 따라 들어오는 신이 있다면 그 신이 누군지를 보면 될 일이다. 신이 할아버지 같은데요, 할머니 같은데요, 그런 점사는 세상에 없다. 당신이 신이 있다, 어떤 신이다, 당신의 친가 / 외가에서 몇 대가 들어오신다, 앉을 신이다, 앉지 않을 신이다, 살아생전 어떻다, 그러므로 당신이 어땠을 것이다. 정확히 말해주어야 한다. 신이 있다, 어떤 신인지 굿을 해서 봐야 한다, 제자 할 수 있는지 굿을 해봐야 한다는 식으로 손님은 볼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면 안 된다.


 자, 제자 하나 나올 때 나라가 들썩이고 운다는 말처럼 제자의 삶은 순탄치 않다. 대신이 내려와 타인의 앞날을 입에 담고, 착한 사람은 돕고 나쁜 사람은 나무라는 게 업이 되려면 제자는 끝도 없이 맑아야 한다. 잘 닦여 유리알 같은 사람이 타인의 미래를 제대로 조명할 수 있어서다. 기도를 쉬지 않고, 몇 달씩 생쌀을 씹고, 간장으로만 수백 일씩 밥을 먹고, 지저분한 모든 것을 멀리하며 독수공방 하듯 사는 것도 내내 맑기 위해서다.


 여기서 여러분이 잘 모르는 사실을 또 하나 얘기하려고 한다. 세상은 넓고, 무속이라는 바운더리가 이토록 넓다면 과연 무속인만 신이 있을까? 혹자들은 점을 보러 가면 신기가 있다, 신줄이 있다, 빌어놓은 집이다 – 같은 말을 들어본 적 있을 텐데 그건 무슨 말일까? 자, 이제 신이 있는 일반인과 그들도 집에 [ 가정 성불 ]이라는 명칭으로 신을 모실 수 있으며, 그 굿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지를 말해보겠다. 많은 이들이 기다렸을 주제다. 우선, 일반인은 세준 할머니, 대감 할아버지, 장군, 동자, 선녀 같은 신이 있을 수 있다. 신이 있다고 다 점 보는 신이 아니며 그들은 수호신의 역할로도, 당신의 일을 돕는 역할로도 당신 곁에 있을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굿, 그거 사기 아니야?(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