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끝자리 두 개가 그날, 그 동네에서 몇 번째로 태어난 아이인지 뜻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날 모충동에서 27번째로 태어난 아이였다. 1994년 9월 12일, 모충동에서 태어난 27번째 아이. 1994년은 50년 만의 폭염이 찾아온 때였고, 나는 그 해 여름에 태어났다.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다는 1시에서 3시를 지나, 4시가 될 무렵이었다. 만약, 가장 더운 시에 태어났다면 조금 더 힘들게 살았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도처가 불바다라도 잠깐 한숨 돌릴 무렵에 태어난 거라서 나는 퍽 잘 살아남는 지도 모른다. 26번째 아이는 어떨까, 25번째 아이는. 그 애들은 잘 살고 있을까. 한 여름 불바다에서 가장 더울 무렵에 태어났을 지도 모를 그 애들. 어쩌면, 그 애들은 무더위를 뚫고 나와서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내내 한갓진 여름 오후처럼 살라고 27번째에 나왔을까. 잘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