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싶은 사람들이 있다. 나쁜 짓을 서슴지 않아도 당당한 사람이라든가, 누군가를 해치고도 그럴듯한 거짓말로 피해 가는 사람이라든가. 선과 악이 공존하는 건 당연한 거라지만 눈 뜨고 보자니 숨이 턱 막히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다음과 같이 행동한다. 세상에 이래도 된다고 – 하는 생각이 들면 가장 먼저 ‘ 이해해 보기 ’를 시작한다. 이유가 있겠지,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 이유도 사정도 없다면 그런 사람이 된 환경적 요인이 있겠지 – 로. 이해의 종착역에 다다를 때까지 나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 부모가 못 해줬다고 사기를 쳐도 되나, 헤어진 연인이 나빴대도 사람을 속여도 되나 – 와 비슷한 모양새로 남을 뿐이다.
요즘 내 관심사는 다음 유형이다. 사랑과 이목을 독차지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사람들. 시기심과 질투심에 사로잡혀 남을 해칠 모략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 약점을 캐고, 판을 세우고, 말끝을 흐려 의심을 심고, 남의 마음을 휘저어 바보로 만드는 사람들. 이른바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남을 바보로 만드는 사람들. 그들의 행위에는 타당한 이유가 없다. 목적만 있을 뿐이다. 부러운 사람을 망가뜨리기 위해서, 여왕벌로 군림하기 위해서, 꼴 보기 싫은 사람을 무작정 제거하기 위해서…. 한 친구는 내게 이 유형은 북한이 별수 없이 핵에 목숨 거는 것과 같은 거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초라한 자신을 감추기 위해 모두가 타 죽는 방법을 택하는 셈이니까.
한 번 우두머리로 군림한 사람의 말은 힘을 갖는다. 우두머리로 군림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군중은 믿기 때문이다. 가짜 우두머리가 군중의 눈을 속이고, 목적을 달성하고, 이득을 취하는 동안 군중은 허허 웃으며 당하는 모양새다. 가짜 우두머리는 자신이 취한 편법을 반박할 수만 가지 이유가 나타날 때까지 요행을 즐기며 호의호식한다. 요행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체계는 무너지고 썩은 물이 고인다. 모두가 다친 후에야 이 판이 틀렸음을 군중은 알아차린다. 사회생활을 해 보면 알겠지만 이 섭리는 어디든 있다. 회사에도, 학교 동아리에도, 친구 사이에서도, 가끔은 가족 사이에서도.
나는 이 유형을 욕심에 눈멀어 팔자에도 없는 자리에 올랐다가 모두를 곤경에 빠뜨리는 유형이라고 정했다. 비열한 눈치와 남의 마음을 뒤흔드는 애매한 말끝, 질투와 시기심에 눈멀어 타인의 약점을 캐내려는 비겁함이 고루 갖춰진 그런. 왜 그런 사람이 됐을까 – 하는 고민은 이제 사치다. 시기나 질투에 사로잡히기보다 배울 점을 찾고 연구하는 게, 교묘한 술수로 타인을 바보 만드는 것보다 다 같이 살길을 모색하는 게 옳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옳은 일은 때로 피곤해서 마다하게 될 뿐이다. 이제 백 마디 문장보다 딱 한 마디면 될 것 같다.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과 알면서도 저지르는 사람 중 누가 살아남게 될까. 세상의 이치가 어느 편에 서게 될까 -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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