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일 뒤 바디프로필을 찍겠다고 다짐하고 바로 다음 날 아침, 몸이 으슬으슬하니 컨디션이 영 별로였다. 감기는 아닌 것 같고, 생리전증후군 같았다. 20대 중반이 되어 생긴 배란통, 생리전증후군, 생리통.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나는 속이 미식거리거나 몸살 기운이 있다거나, 성격이 지나치게 안좋아진다거나(^^;;) 하는 증상이 있다. 그리고, 그 날이 마침 바프를 결심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아니 왜 꼭 목표를 세운 다음 날이면 이렇게 되냐구우!!
몇 달전 직접 운영 중인 헬스 동호회 분들과 100일 챌린지를 시작했다. 내 목표는 '맨몸 풀업 5개'. 그런데 챌린지를 시작한 지 2주 정도 되었을까... 다른 일로 오른팔 이두쪽에 약간의 부상이 생겨 목표를 수정해야만 했다. 나에겐 이런 일들이 종종 있어왔다, 일종의 징크스처럼. 나는 늘 주위 사람들에게 '나 언젠가는 하프 마라톤 뛸거야', '나 헬짱 될거야' 등 나만의 목표를 떠벌리고 다니는 편이다. 그런데 꼭 목표를 이야기 하고 나면 이상한 부담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결국 흥미를 잃고 만다.신기한건, 목표를 소문내고 다녔던 그 시즌에는 거의 모든 목표를 달성을 하지 못했지만 1,2년 정도가 흐른 후, 결국은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나만의 '목표 노출 징크스'라 할 수 있겠다.그래서 난, 목표를 소문내는 시즌에는 눈에 띄는 성과가 따라올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 목표 노출 징크스 덕분에(?)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 자체와 '나의 변화'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 바프를 결심하자마자 컨디션이 안 좋아졌지만 그러려니..하고 일단은 헬스장으로 향했다. 사실 회사 책상 앞에서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아, 오늘 컨디션 영 별로인 것 같은데.. 그냥 오늘은 에너지 아끼고 내일 갈까?". 결론은 "아냐! 이건 다 징크스 때문이야. 일단 가자!"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면 운동을 하면서 컨디션이 돌아오는 경우도 꽤 있었고, 그와 정반대로 욕심을 내서 무리하게 운동했다가 몸을 아예 버려버린 적도 있었다. (실제로 하프 마라톤을 뛴 다음날, 컨디션이 별로인 걸 무시하고 열심히 운동했다가 바로 독감에 걸렸드랬다^^;;)
그래도 이번 선택은 일단 헬스장으로 가는 것. 원래라면 오늘은 '하체+어깨' 운동을 해야했지만,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일단 사이클을 25분 정도 탔다. 땀을 좀 흘리니 찌뿌둥하고 쑤시는 듯한 느낌이 가셨고, 이어서 어깨 3종 세트와 삼두 운동 하나를 했다. 괜히 또 무리했다가 탈날까봐 거기까지만 했다(워워~).
앞으로의 바디프로필 준비도 징크스 때문이든 뭐든 힘든 날들의 연속일 것이다. 이건 도전이자 수련이다.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쨋든 이번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결국에는 달성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부담을 내려 놓고, 또 한 번 성장해가는 나 자신에게 정신을 집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