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습관 들이기(주 3회 이상), 하프 마라톤 완주, 절주(節酒)하기, 월 3권 이상 독서, 대기업에서 빅데이터 관련 PM으로 일해보기, 창업해서 나의 일을 하기, 바디프로필 찍기 등등 노트에 끄적여놨던 목표들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이 중 대부분의 목표를 이뤘지만, 이 목표들을 적을 당시만 해도 이들은 온전한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헬스 습관 들이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불과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저는 운동을 주 1회할까 말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3개월짜리 헬스 회원권을 적어도 5번 이상 끊었던 것 같은데, 정말 단 한번도 2주 이상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 때 남자친구의 추천으로 한 4개월 정도 나름 꾸준히 헬스장을 갔던 적이 있는데요. 그마저도 취직 준비를 시작하며 우선순위에서 영 밀려버려나 버렸습니다.
아, 이놈의 헬스. 나는 왜 이것 하나 진득-하게 못하지? 생각해보면 그간 했던 운동 모두 1년 이상 꾸준히 한 적이 없어. 나는 꾸준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간 숫하게 이용권을 기부해오며 결국 남은 건 '나에 대한 실망'뿐이었습니다. 목표를 노트에 적고 난 후 6년이나 지나서야, "더 이상은 나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아. 실망하지 않기 위해 변화할거야."라는 목소리가 제게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저를 조금씩 움직이게 했습니다. '오늘은 너무 바빠', '힘들어' 등등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타협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이 내 자존감을 지키는데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작년 11월, 7년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6개월 간 '살기 위해' 헬스에 더 몰입했습니다. 하루 종일 돌덩이를 삼킨 듯 했던 마음이 운동을 하는 그 순간에는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일종의 명상과도 같았습니다. 오직 내 근육의 움직임, 호흡에만 온전히 집중했습니다. 그래도 순간 순간 차오르는 눈물을 참기는 힘들더군요. 상상해보세요 어떤 젊은 여자가 열심히 스쿼트를 하다 훌쩍대는 모습을요(저 참 추했네요..ㅎ 여담이지만 지금은 다시 잘 만나고 있습니다).
이 애증의 '헬스 습관 들이기'가 제 진짜 목표가 되고, 그 목표를 이루기까지 6년 이상이 걸렸네요. 나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또 나를 살게 하겠다는 간절함이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 그 긴 시간은 어쩌면 필수불가결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깨닫고 나니 아직 이루지 못한 노트 속 목표들이 더 이상 짐처럼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목표라면 5년 후, 10년 후에라도 저를 행동하게 만들겠죠. 지금 도전 중인 바디프로필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번이 안되면 '아직 때가 아닌가?' 하고 또 다른 때를 노려볼겁니다. 어쨋든 저는 언젠가 이 목표를 이루게 될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