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헬스장은 22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 근처의 대형 헬스장에 찾아가 무턱대고 3개월 권을 끊었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PT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헬스장 day 1,
쭈뼛쭈뼛 주위를 둘러보니 근육맨들 사이의 내가 한 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유튜브에서 본대로 파워렉에서 바벨 스쿼트를 해보려 했는데, 덜컥 겁이 났다. 결국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다. 아마 대부분의 헬린이들이 이런 모습이겠지.
혹시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떡하지?
그렇게 며칠 동안 남눈치만 보고 돌아오다 보니헬스장에 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 결국 또헬스를 하지 않는 나로 돌아왔다.
1.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썼던 것,
2.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은 파워렉바벨 스쿼트를 먼저 시도했던 점이 당시 헬스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운동으로 스쿼트를 시도했던 건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생각한다. 스쿼트는 '하체 위주'의 '전신' 운동이다. 대퇴사두(허벅지 앞쪽 근육)과 둔근(엉덩이 근육)이 주로 사용되지만 햄스트링(허벅지 뒷쪽 근육), 코어가부족하면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바벨 스쿼트를 한다면 바벨을 단단히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등 근육도 상당히 쓰인다. 운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하나의 운동으로 많은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으니 운동의 효율이 높다.
아직 헬스장과 친해지지 못했을 때 나는 이 전략을 썼다. 이름은 '스쿼트만 하고 칼같이 돌아오기'다.
첫째, 헬스장에 도착하면 일단 3-5kg 정도의 덤벨을 가슴 앞으로 집어 든다. (*개인적으로 이때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느껴지는 무게를 쓰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덤벨 고블릿 스쿼트를 다룬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 천천히 근육의 움직임을 느끼며 10회 정도 수행한다. 이후 무게를 1-2kg 정도 높여 10개씩 4세트를 천천히 수행한다.
셋째, 이렇게 50개를 채우고 나면 미련 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해야 할 운동 및 갯수를 명확하니 '가서 뭐해야 하지..'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다해봤자 20분 정도이니 헬스장에 가야 한다는 심리적 장벽도 비교적 낮아진다. 이렇게 2주 정도 반복하다보면 헬스장이 전보다는 친근해지고, '조금 더 해볼 수 있겠는데?' 하는 자신감이 조금씩 차오른다.
그리고 운동 전, 중, 후 내 몸에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 불편한 부분이 생기면 바로 유튜브나 chat gpt에 검색해봤다. 예를 들어, 스쿼트 후 허리가 아프다면 '스쿼트 할 때 허리가 아픈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 개선점을 다음 번 운동 시 적용해보았다. 이건 내가 지난 1년 반 동안 지속해온 일종의 self-correction 방법이다.
지금도 운동이 너무 가기 싫은 날이면 이 '스쿼트만 하고 칼같이 돌아오기' 를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