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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이 라이프 Aug 23. 2024

헬스에 빠지기 위해 포기했던 것들

  나는 어렸을 적부터 탁구, 농구, 배구, 복싱 등 다양한 운동을 해보는 걸 좋아하는 운동파였다. 초등학교 땐 탁구 대회에 나갔다가 11:2로 전혀 아쉽지 않게 패배한 후, 혼자 억울해서 씩씩 거렸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 땐 배구부에 들었는데, 옆 학교와의 첫 시합에서 팀에 1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화룡점정은 고등학교 때인데, 체육시간에 기초적인 농구 지식들을 활용해 간단한 시합을 했었는데, 그닥인 실력에 비해 열의 하나는 거의 뭐 국가대표 급이었어서 소중한 앞니 하나를 잃었다. 치과에 가서 CT를 찍으면 이 하나가 비어있는데, 바로 그 때 얻은 영광의 상처이다.


이 모든 경험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열정이 3개월 이상 간적이 없다는 것이다. 뭐든 잘하는 팔방미인이었던 나의 가장 큰 문제는 금방 금방 질려버린다는 것이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경향은 유독 '취미' 나 '운동'쪽에서 도드라졌다. 나는 공부도 일도 자기계발도 참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랜 시간동안 무엇하나 독보적으로 잘하는 부분이 없었다. 욕심은 그득한데 현실은 그에 영 미치지 못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늘 형체없는 불안 속을 헤매였던 것 같다.


그런 내게 헬스에 투자하는 시간 역시 일종의 '시간 낭비'와 같이 느껴졌다.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헬스를 하러 갈 때마다 기회비용, 즉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다른 수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밀린 업무, 독서, 언어 공부 등등.. 헬스를 열심히 하고 온 다음 날 근육통으로 느릿해진 몸을 이끌때면 '아 헬스 좀 덜 열심히 했으면 오늘 좀 더 빠릿빠릿하게 내 할 일 할 수 있었을텐데'와 같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작년 초 새롭게 취직한 회사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게 되었을 무렵, 문득 어느 운동 하나 진득하게 하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질려버려서 이번에야말로 내 인생의 운동을 찾고 말겠다는 결심을 했다. 필라테스, 크로스핏, 주짓수 등 재미있어 보이는 운동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비쌌다. 결국 한 달에 3-4만원이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가성비 최강 운동인 헬스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제대로만 하면 그 어떤 운동보다도 몸의 변화를 빨리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상당한 메리트였다. 난 사춘기 소녀인 시절부터 작은 가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도 남을만한 '나만의 신체적 강점'을 만들고 싶기도 했다.


과거의 무수한 실패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헬스에 투자하는 시간은그 무엇보다 가치있는 시간이라는 인식을 스스로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했다. 나의 인생 책 중 하나인 'The One Thing'에 보면 도미노 효과라는 개념이 나온다. 단 하나의 중요한 일에 몰입하여 성공을 이끌어 내면, 그와 연계된 수 많은 일들에 더 큰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개념을 온전히 믿고 내 삶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내 첫 목표는 헬스를 1년 이상 꾸준히 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이루면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형태의 몸을 가지게 될테니 외적 자신감이 커지리라. 무엇보다 '꾸준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더 이상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분명한 하나를 얻으려면 일정 기간 수 많은 다른 것들은 뒤로 미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뒤로 미뤄진 것들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분명한 하나를 얻은 후에 미뤄뒀던 것들을 차근차근 하면 된다. 아니, 오히려 분명한 하나를 얻었던 경험이 뒤의 것들에 힘을 보탠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1년 반 동안 헬스에 죄책감 없이 시간을 투자하고 나니, '헬스를 즐기고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헬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안되었을 무렵, '와 나 여태껏 살면서 이렇게 길게 헬스한거 처음인데?'하며 자신감이 하늘까진 아니더라도 꽤나 높은 곳을 찔렀다. 그리고 이후 하프 마라톤에 과감히 도전했고, 완주해냈다. 헬스를 꾸준히 했던 경험이 아니라면 해보지 못했을 경험이라 생각한다. 외적 자신감이 운동 전에 비해 확실히 높아졌다. 축 쳐져있던 엉덩이가 근육으로 채워지고, 굽어 있던 어깨는 드디어 열리게 되었고, 어깨에도 라인이라는게 생기기 시작했다. 밋밋했던 등도 근육이 채워지고 갈라지며 멋지게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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