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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이 라이프 Sep 13. 2024

헬스가 가장 재미있다고 느껴질 때, 그만하세요.

엥...??!!

헬스에 재미를 느끼는 것 자체도 귀한 일인데,

헬스가 재미있다고 느껴질 때 그만두라니.

이 무슨 괴상망측한 소리인가.


작년 3월에 헬스를 다시 시작하며 다짐한 바가 있다.

"헬스에 '재미'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특정 시즌벼락치기 시험처럼 몰아치듯 운동하는 건 내가 지향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몇 번의 시도와 실패 끝에 난,

100세 인생이라는 이 긴긴 시간을 함께 해야 할 운동이라면 지속 가능성 있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브런치북에도 바디프로필 단기 준비 꿀팁과 같은 콘텐츠가 아닌 (물론 이런 콘텐츠도 유익하다), 

헬스를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드는 나만의 꿀팁, 경험담을 주로 나누고 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보면
'꾸준한 사람'이란 누구인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씁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에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라는 것으로는 규칙성은 생기지 않습니다. -150p



헬스를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쓰는' 것처럼,
나도 주 3회는 어떻든 헬스장에 가서 1시간씩 근력 운동을 했다.

이 약속을 지키는 것도 참 힘든 일이었지만,
컨디션이 괜찮고 운동이 잘되는 날도 문제였다.


"오 ~ 오늘 운동 너무 잘되는데?" 싶은 날은 정말로 무리를 해서 운동을 했었다.

가끔 나의 한계를 지나치게 시험해서 무리수를 두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하프 마라톤을 다음 아침, 헬스장으로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뒷날 컨디션이 저하되거나 힘이 잘 안 들어가 운동을 해도 재미가 없더라.

운동이 노동 같아진달까?


그래서 이젠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싶은 순간에,

멈춘다.

그리고 그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는, 무엇보다 나에게는

이 '멈춤'이 특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게 만드는 비법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멈춤으로써 그다음이 기다려졌고,

기다리는 모든 순간들에 설렐 수 있었다.  


난 이 전략을 운동을 포함해 삶의 이곳저곳에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목표 시간인 1시간을 운동했는데도 힘이 좀 남았다 싶으면
일단 거기서 멈춘다.

그리고 다음을 노린다.

어느 정도 신나고 흥분된 상태에서 운동을 멈추면,

다음 운동을 기대하게 된다.

기대 정도가 아니라 헬스장을 떠올리면 설렐 정도가 된다.


또,  반복되는 일상 자체가 지겹고,

다음 날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면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기다릴 수 있도록' 설계한다.

호밀빵에 계란을 올린 소박한 나만의 브런치 메뉴와 따뜻하고 고소한 아메리카노.

이 조합은 고즈넉한 시간, 대략 아침 6시 정도에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

그래서 이 조합이 점심이고 저녁이고 먹고 싶어질 때면, 먹지 않고 꾸욱- 참는다.

그럼 다음 날 아침이 절로 기다려진다.

자기 전에 찬장에 놓인 드립커피를 보며

'내일 널 먹어줄게~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달까?


운동은 죽을 때까지 평생 해야 하는 장기 레이스.

자신만의 규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오래 설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때로는 과감하게 멈추기도 해 보자.


오늘의 self-correction : 고블릿 케틀벨 스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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