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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이 라이프 Sep 19. 2024

헬스 하다 죽으면 억울할까?

나만의 루틴을 지켜나가는 삶에 관하여.

어떤 일상은 모래주머니 5kg를 양발에 차고 걷는 것처럼 걸음걸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평소라면 후련해졌을 깊은숨도,

이런 날엔 꼭 버그 걸린 것처럼 가벼운 숨만 연달아 내쉴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에도 이런 날이 있었다.

모래주머니 족쇄를 찬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어찌어찌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더랬다.

평소 같았으면 첫 운동을 끝내면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은 맑아지는데,

이 날은 근력 운동이 다 끝날 때까지도

기분이 그저 그랬더랬다.


끝없이 이어지는 스텝밀(일명 천국의 계단)을 걸으며 그리스 신화의 인물 시지프스가 떠올랐다.

돌이 굴러 떨어지면 다시 밀어 올리고, 떨어지면 또 올리고.. '현대의 형벌'과도 느껴지는 20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갑자기 죽어버리면, 억울할까?"

오늘의 뉴스 : '20대 여성 Y 씨, 퇴근 후 회사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다가 숨져...'


아, 생각만 해도 억울하다.

근데 생각해 보면 꼭 헬스 하는 중이 아니더라도

길을 걷다가,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다 등등

그 어떤 순간에 죽더라도 억울할 것 같다.


'전 세계의 모든 신이시어 저는 아직 경험하고 싶은 것, 나누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더 사랑하고 싶고, 더 사랑받고 싶어요.'

예상컨대 이렇게 죽으면,

못해도 50년 정도는 구천을 떠돌게 될거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뉴스에 이런 본문이 붙는다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운동하다  세상 하직하더라도, 억울할 같은 느낌이다.

'Y 씨는 평소 자신만의 건강한 루틴을 꾸준히 지켜왔다. 누가 보든 안보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의 한계를 계속해서 극복해 나간 용감한 사람이다.'


나만의 루틴을 꿋꿋이 지켜가고,

그럼으로써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면

운동은 물론, 그 어떤 순간에 죽더라도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채 눈 감을 수 있지 않을까?


내 모든 루틴들이 지겹고 무겁게 느껴질 때면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끈기 있는 나', '용감한 나'를 만들고 있음을 떠올린다.


그런 나라면,

헬스 하다 세상을 등지게 되어도

억울할 것 같으니까.




오늘의 Self-correction : 케틀벨 와이드 스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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