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하다 죽으면 억울할까?
나만의 루틴을 지켜나가는 삶에 관하여.
어떤 일상은 모래주머니 5kg를 양발에 차고 걷는 것처럼 걸음걸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평소라면 후련해졌을 깊은숨도,
이런 날엔 꼭 버그 걸린 것처럼 가벼운 숨만 연달아 내쉴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에도 이런 날이 있었다.
모래주머니 족쇄를 찬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어찌어찌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더랬다.
평소 같았으면 첫 운동을 끝내면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은 맑아지는데,
이 날은 근력 운동이 다 끝날 때까지도
기분이 그저 그랬더랬다.
끝없이 이어지는 스텝밀(일명 천국의 계단)을 걸으며 그리스 신화의 인물 시지프스가 떠올랐다.
돌이 굴러 떨어지면 다시 밀어 올리고, 떨어지면 또 올리고.. '현대의 형벌'과도 느껴지는 20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갑자기 죽어버리면, 억울할까?"
오늘의 뉴스 : '20대 여성 Y 씨, 퇴근 후 회사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다가 숨져...'
아, 생각만 해도 억울하다.
근데 생각해 보면 꼭 헬스 하는 중이 아니더라도
길을 걷다가,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다 등등
그 어떤 순간에 죽더라도 억울할 것 같다.
'전 세계의 모든 신이시어 저는 아직 경험하고 싶은 것, 나누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더 사랑하고 싶고, 더 사랑받고 싶어요.'
예상컨대 이렇게 죽으면,
못해도 50년 정도는 구천을 떠돌게 될거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뉴스에 이런 본문이 붙는다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운동하다 이 세상 하직하더라도, 좀 덜 억울할 것 같은 느낌이다.
'Y 씨는 평소 자신만의 건강한 루틴을 꾸준히 지켜왔다. 누가 보든 안보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의 한계를 계속해서 극복해 나간 용감한 사람이다.'
나만의 루틴을 꿋꿋이 지켜가고,
그럼으로써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면
운동은 물론, 그 어떤 순간에 죽더라도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채 눈 감을 수 있지 않을까?
내 모든 루틴들이 지겹고 무겁게 느껴질 때면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끈기 있는 나', '용감한 나'를 만들고 있음을 떠올린다.
그런 나라면,
헬스 하다 세상을 등지게 되어도
들 억울할 것 같으니까.
오늘의 Self-correction : 케틀벨 와이드 스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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